[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마다 흥행 성과를 일궈낸 넷마블게임즈, 한국 게임 최초로 서양 시장을 점령한 컴투스, 전 세계가 주목하는 e스포츠 리그를 일궈낸 라이엇게임즈, 또 그 안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과시하는 팀 SKT T1.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한 '게임명가'들의 비결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은 남들이 보지 못한 다가올 트렌드를 앞서 읽어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안정적인 성과를 견인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작은 성공에 도취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설정해 도전했다. 여기에다 적절한 리더십이 효과를 배가시켰다.
◆남들이 안간 길…트렌드 읽고 앞서 투자
게임명가들의 핵심 공통점은 다가올 큰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이를 적극 개척에 나선 '퍼스트 무버'를 자처했다는 사실이다. 무조건적인 성공이 담보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과실이 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감내한 결과 달콤한 과실을 맛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야 모바일 게임이 당당히 대세의 입지를 누리고 있지만 불과 5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국내 게임 시장의 '메인스트림'은 PC 온라인 게임이었다. 모바일 게임 부서로 발령받으면 '좌천'이라는 뒷말이 나올 정도였다. 가시적 성과를 내는 모바일 게임이 하나둘 나오고 있었지만, 온라인 게임이 주류라는 인식은 좀체 바뀌지 않았다.
넷마블게임즈는 이 같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전면적으로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대수술을 감행한다. PC에서 모바일로 재편될 것으로 예측하고 내린 결단이었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모바일 시대에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을 일찍이 파악하고 다수의 IP 확보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은 빛을 발했다. 2015년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대를 돌파한 넷마블은 작년에는 1조5천억원 고지를 밟았다. 넷마블의 대표작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첫달에만 2천억원이 넘는 매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누구보다 빠르게 모바일 게임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효과를 본 것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 최초로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서머너즈워'의 주인공 컴투스 역시 '검증된'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아 성공한 케이스다. '서머너즈워'가 출시된 2014년은 자동전투를 위시로 한 손쉬운 난이도의 게임이 공식이었다.
그러나 '서머너즈워'는 이처럼 남들이 닦아놓은 흥행 공식 대신, 정통 RPG의 재미와 쉽지 않은 육성의 재미를 구현한 '서머너즈워'를 내놓아 '난공불락' 서양 시장에서까지 빅히트를 거두는 성과를 거둔다.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흥행 공식을 벗어난 것이 결과적으로 글로벌 흥행을 일구는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글로벌 톱 e스포츠 종목으로 일궈낸 라이엇게임즈의 성공 비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엇게임즈는 'LOL'을 정식 프로 스포츠로 키운다는 일념 하에 리그를 창설했다. 신작 게임의 마케팅 수단 정도로 e스포츠를 바라보던 여느 게임사들과 달리 보다 큰 목표를 그리고 이를 구체화했다는 얘기다.
◆운에 맡기는 주먹구구 'NO'…시스템 확립
체계화된 경영 시스템을 확립했다는 점도 이들 게임명가에게서 발견된 특징이다. 주먹구구식 혹은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닌, 축적된 노하우를 수치화해 이를 토대로 흥행 트렌드 및 마케팅 포인트를 찾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무에 혼선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체계화된 내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넷마블의 경우 매주 전 직급과 상관없이 참가하는 '트렌드포럼'을 열어 시장 흐름을 예측하고 다음에 내놓을 신작을 결정하는 구조다. 또 개발이 완료된 게임은 철저히 소비자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SQC(서비스퀄리티컨트롤) 단계를 통과해야만 출시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선보인 게임의 경우 PLC(제품생애주기) 전략에 따라 관리돼 게임의 인기에 따라 맞춤형 운영을 펼치는 구조를 안착시켰다.
'서머너즈워'를 전 세계 시장에서 고르게 흥행시킨 컴투스는 국가마다 각기 다른 문화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10개국 이상 30여명의 외국인으로 구성된 글로벌라이제이션팀 및 고객서비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외주를 줬던 현지화 콘텐츠를 지금은 본사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다. 컴투스는 또한 각종 서비스 지표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내부 통합 관리 시스템 '하이브원'을 활용해 내부 개발 체계를 규격화하기도 했다.
라이엇게임즈가 'LOL' e스포츠의 생태계를 적극 조성한 과정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라이엇은 각종 PC방 및 아마추어 대회를 통해 역량있는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는 탄탄하고도 두터운 선수층이 육성되면서 'LOL' e스포츠의 인기를 지속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작은 성공에 안주 안해…더 큰 목표 위해 도전
게임명가들은 국내에서의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목표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쳤다는 점도 눈에 띈다. 더 큰 경쟁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발현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LOL' e스포츠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SKT T1은 국내 1부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서 5회 우승 전력을 보유한 강팀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강자들이 모두 모이는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3회나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 당장 반년 뒤 열리는 '2017 롤드컵'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힐 정도로 SKT T1은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정상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움직인 덕분이다. '2015 MSI'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SKT는 '2016 MSI'에 도전해 결국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5 롤드컵'에서 우승했을 당시 2연패를 외쳤던 SKT는 2016년 목표를 달성하자 곧바로 3연패에 도전한다며 목표를 재수정했다. 이 팀의 현재 목표는 롤드컵 3회 연속 우승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평정 이후에도 아직은 쉴 때가 아니라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볼 때 넷마블은 아직 작은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목표에 힘입어 '마블퓨처파이트' '세븐나이츠'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키기도 했다.
넷마블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각 거점별 맞춤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내놓은 게임을 해당 국가에 맞게 바꾸는 것이 아닌, 개발 단계부터 현지 시장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선보이는 전략이다.
◆조직 특성에 맞는 적절한 '리더십'도 큰 영향
게임명가들에는 각 조직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하며 최고의 성과를 일구는 밑거름이 됐다.
SKT T1이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코치진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LOL'은 5대5팀 게임으로,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전술이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134인에 달하는 LOL 게임 내의 챔피언들을 어떻게 조합해야 유리할지 수많은 경우의 수도 대비해야 한다. SKT T1 코치진은 경기에서 사용할 전술을 수립하고 세트가 끝날 때마다 보완점을 전달하며 경기력을 보완한다. 실력은 기본에다, 기민한 대응력과 빠른 판단력에 기반한 SKT T1 코치진의 리더십은 지금까지 숱한 경기를 치르면서 검증됐다. 이들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도도 자연히 높다.
컴투스의 경우 경영진은 게임을 가장 잘 아는 프로듀서에게 게임에 관한 권한을 일임하는 '위임의 리더십'이 제대로 구현된 케이스다. 경영진이 주도해 게임의 방향을 일일이 설정하는 대신, 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실무진이 자유로이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내부 분위기가 없었다면 '서머너즈워'는 흔한 양산형 자동전투 RPG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좌초 위기에 빠졌던 넷마블을 기업가치 15조원대에 이르는 글로벌 게임사로 일궈낸 방준혁 의장의 성공 신화는 이미 더없이 유명해진 지 오래다. 그는 온라인 게임 위주의 회사 체질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패배주의에 빠졌던 임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