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연기자] 수수료를 하향 조정하거나 수익의 일부를 영세 스타트업 개발사에 지원하며 게임업체들간에 상생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지만 개발사들간 과열 경쟁과 높은 수수료로 수익성은 점차 하락, 업계에 오히려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자성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밴드 게임, 넵튠, 아이지에이웍스 등 유명 게임업체들은 수수료 인하와 재단 기부, 협력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수 협력 방안을 준비하고 본격적인 시행 준비에 나서고 있다.
◆ 플랫폼 수수료 낮춰 개발사와 더불어 돈 벌자
대표적인 곳이 새로운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밴드 게임이다. 밴드 게임은 카카오 게임센터로의 게임 집중 현상과 플랫폼별 수수료 부담이 업체들의 피로감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써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 개발사들은 카카오 게임센터로 출시한 국내 모바일 게임 수가 400여 개를 넘어서 신작별 차별성이 희박해졌고 구글 플레이 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30%, 카카오에도 또 다시 30%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점이 수익성을 하락시킨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밴드 게임은 이같은 수수료 구조를 대폭 개선, 개발사와 상생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밴드는 애플이나 구글 플레이마켓보다는 10% 저렴한 매출의 20%를 네이버에 지불토록 하고 카카오보다도 14% 저렴한 16%를 캠프모바일에 내도록 해 게임 개발사가 전체 매출의 64%를 가져가도록 할 방침이다. 개발사들이 구글 플레이 마켓과 카카오를 이용하면 전체 매출의 30%를 떼고 남은 70% 중에서 또 30%를 수수료로 지불, 결국 전체 매출의 49%만을 가져갈 수 있다.
박종만 밴드 대표는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가 요구하는 게임 플랫폼은 많은 사용자를 만나게 하고 적절한 수익을 보상받아 더 재미있는 게임을 계속 만들어 내도록 돕는 것"이라며 "밴드 게임은 '밴드와 놀자(Play with BAND)'라는 슬로건 아래 중소 개발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 자본 영세해도 개발력 우수하다면 나누며 가자
개발력은 우수하지만 자본은 영세한 게임인과 게임기업을 위한 수익 나눔도 주목할 만하다.
정욱 전 한게임 대표가 설립한 넵튠은 지난 3월 게임 '전설의 터치헌터' 매출액의 5%를 게임인재단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게임인재단을 통해 '힘내라 게임인상', '나의 꿈', '게임인 장학금' 등 게임인을 위한 사업에 쓰인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은 "게임인을 위한 재단의 사업이 영속성을 가지려면 게임업계가 서로 돕는 선순환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넵튠의 기부 약정을 통해 게임인재단은 앞으로도 게임인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광고 마케팅 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도 이달 중 투자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벤처펀드를 결정하고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 대한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가 2천3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하고 총 펀드 규모의 30% 내외를 아이지에이웍스와 함께 모바일 분야에 투자한다.
마국성 아이지에이웍스 대표는 "이번 투자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한 사업 영역의 확장 뿐 아니라 개발력은 있어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개발사들에게 단비같은 역할이 되어 모바일 산업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돈 있는 소수만 살아남는 구조라면 힘모아 바꾸자
게임업계가 이처럼 상생에 집중하는 이유는 소수의 개발사만 살아남고 다수의 영세 개발사들이 꿈을 펼치기도 전에 사라지는 비극적 구조를 개선하자는 데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태동한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6천억 원대의 규모였지만 지난해 연간 1조 2천억 원대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성장이 둔화된 온라인 게임의 대안으로써 모바일 게임이 주목받게 됐고 더불어 중소 신생 개발사들도 다수 생겨났다. 선데이토즈, 넥스트플로어, 파티게임즈 등이 지난해 모바일 게임으로 새롭게 탄생한 신예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100억 원에서 많게는 500억 원까지 매출을 올리면서 영향력 있는 강소 업체로도 자리잡았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플랫폼 의존도가 높고 다수 게임의 난립으로 마케팅 경쟁까지 치열해져 많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 업체들만 살아남는 구조로 악화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위현종 책임심사역은 "국내 모바일 게임사의 숫자는 대략 2천 개 정도 되는데 카카오 게임하기 이후 최고 매출 톱 10위 안에 진입시킨 게임사는 12개에 불과하다"며 "성공 확률은 약 1% 정도로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한 모바일 게임사 대표는 "퍼블리싱 업체에까지 수익을 나누고 나면 전체 매출의 20%도 안 되는 금액만 남아 이익이 거의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사업을 이어가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수료 인하와 우수 게임인 육성, 다각적인 상생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게임업계는 밴드 게임도 서비스가 시작되어 봐야 그 긍정적 효과를 알 수 있겠지만 수수료 인하 노력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같은 시도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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