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법원-공정위, 엇갈린 판단...게임계정 영구압류 분쟁 '안개속으로'


 

'온라인 게임사의 무차별적인 (아이템 현금거래 발견시) 계정 영구압류 조치가 과연 정당한가, 아니면 부당한가.'

정부를 대표하는 두 기관이 이 문제에 대해 상반된 판단을 내림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중인 게이머들과 회사 간의 희비가 최근 크게 엇갈렸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계정 영구압류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시정 권고를 내려 게이머들의 손을 들어 줬다.

반면, 법원은 26일 121명의 리니지 게이머들이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지난 2004년 7월 17일 제기한 '약관무효 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공정위와는 반대로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 줬다.

이로써, 엔씨소프트는 이번 법원 판결을 등에 엎고 공정위의 시정권고에 불복한 채 행정 소송으로까지 맞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역으로 공정위는 자신의 판단을 뒤집고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 준 법원에 판단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수용할 지를 놓고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법원-공정위 '핑퐁게임'

지금으로서는 1,2주후에나 공개될 판결문을 읽어 봐야 법원의 이번 판결 취지를 최종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지난 1월 유사 소송에 대한 판결 취지와 비슷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관련, 법원은 지난 1월 30일 리니지 사용자인 차모씨가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낸 1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는 사기, 절도 등의 각종 범죄를 유발하고 있어 피고가 게임 이용 약관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현금거래 계정의 영구압류 조치는 과하지 않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번 법원 판결이 지난 1월 판결을 내릴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점은 그 사이에 내려진 공정위의 시정 권고가 새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해당 약관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시정권고 결과를 지난 10월 14일 밝혀 법원의 기존 판결과는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이와관련, 공정위는 엔씨소프트에 보낸 시정권고 공문에서 "아이템 현금거래 행위가 제재 대상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계정의 영구이용 제한 조치는 실질적으로 계약의 해지에 해당되는 효과(게임을 할 수 없게 됨)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1차 적발시에는 경고의 의미로 일정기간만 계정의 이용을 제한하거나 해당 캐릭터(또는 아이템)를 영구 제한하는 정도가 적정한 수준의 제재조치로 판단된다"고 통보했다.

지금껏 엔씨소프트가 경중을 가리지 않고 아이템 현금거래 행위 적발시, 무조건 계정을 영구압류해온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이 같은 공정위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의 집단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공정위의 판단을 뒤집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게이머들을 대변해 소송을 맡아온 정준모 변호사는 "지금껏 판례를 보면 90% 이상이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결론이 났다"며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얘기다.

◆엔씨소프트, 공정위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 높아져

여하튼, 이번 법원 판결로 이제 공은 다시 공정위로 넘어 갔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공정위의 시정권고에 대해 사실상 불복상태나 다름없다. 시정 권고 이행 기간을 벌써 한달째 넘긴 채 이달말까지 기한 연기를 요청해 둔 상황이다.

공정위는 엔씨소프트의 요청에 대해 일단 강제력을 띤 시정명령 발동 절차를 밟는 동시에, (시정명령 절차를 밟는 데 3개월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그 안에라도 시정 조치를 취하면 인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는 이번 소송의 승소로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결국 시정명령에도 불복한 채 행정소송으로 정면 돌파도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국면을 맞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단은 이달말까지 시정권고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전체 게이머들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시대 요구에 따른다는 원칙 외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정을 밝힐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참고로 엔씨소프트는 공정위에 무효 판정을 받은 7개 조항 중에 나머지는 모두 시정할 뜻을 비추고 있으나, 영구압류 조항의 경우에는 쉽게 시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준모 변호사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온 적은 없다"며 "지금까지의 판결을 판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의 고민

엔씨소프트는 비록 이번 법원 판결에서 매우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이달말까지 공정위의 시정권고에 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여전이 떠안고 있다.

지금껏 공정위에 불복하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데도, 이처럼 시정 권고 기한을 넘기면서까지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공정위의 권고를 받아 들이면 계정을 바꿔 가면서 대규모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조장하는 부정 게이머들을 막는 데 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

일례로, 상승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는 부정 게이머들을 적발, 경고하면 그 게이머가 금새 다른 계정을 만들어 빠져나갈 공산이 크다. 또 사적인 아이템 교환마다 일일히 내막을 조사해 약관 위반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는 부담이 엄청난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도 엔씨소프트가 고민하는 이유다.

그 뿐 아니다. 엔씨소프트가 만일 스스로 해당 약관을 고쳐 버리면 지금껏 계정을 영구 압류해 온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때문에, 그동안 계정을 압류당한 수많은 사용자들로부터의 잇딴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비록 이번에 패소하긴 했지만 항소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121명의 게이머들이 그렇다. 이들은 이미 공정위의 시정권고 조치에 고무돼 있어 이번 패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만일 앞으로 이어질 소송 결과가 기폭제가 돼 2002년 이후 영구 압류하기 시작한 계정들을 모두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도 자칫 초래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게임사들이 영구 압류한 계정 수는 100만개에 달한다. 온라인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이 중 적어도 10만~20개 정도가 실제로 게임을 하는 사용자들의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계정의 자산 가치를 따지면 (계정 하나에 평균 50만원 가치의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로) 적어도 500억에서 1천억원 이상에 달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계정이 한꺼번에 풀리면 아마도 '게임 속의 경제'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며 "게임사가 영구압류한 계정을 풀어 주는 것을 극히 꺼리는 것도 이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게이머들과의 게임 계정 영구압류 분쟁을 놓고 법원과 공정위를 오가면서 만감이 교차하고 있을 엔씨소프트가 공정위의 시정권고에 대해 어떻게 최종 입장을 정할 지 주목된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법원-공정위, 엇갈린 판단...게임계정 영구압류 분쟁 '안개속으로'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
발언하는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
발언하는 강금실 총괄선대위원장
발언하는 윤여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
발언하는 윤여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
인사하는 이재명
인사하는 이재명
인사하는 이재명-강금실
인사하는 이재명-강금실
악수하는 이재명-윤여준
악수하는 이재명-윤여준
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아이린, 무결점 개미허리
아이린, 무결점 개미허리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김소현, 물오른 성숙미
김소현, 물오른 성숙미
연설하는 이재명 대선 후보
연설하는 이재명 대선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