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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온라인게임사 약관 무더기 위법 판정...공정위


 

엔씨소프트와 넥슨, 웹젠 등 11개 온라인 게임 사업자의 약관이 공정거래위에서 무더기로 위법 판정을 받았다.

사업자가 마음대로 사용자 간의 채팅을 열어 보거나 접속지연 등의 문제가 생겨도 그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식의 기존 약관 내용은 앞으로는 개선될 전망이어서, 게이머의 권익이 적잖게 신장될 전망이다.

16일 공정위(위원장 강청규)는 소비자 민원 증가로 11개 온라인 게임 사업자의 이용약관과 운영 규정을 지난 3월부터 조사한 결과, 12개 심사조항 중 무려 8개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위법 판정을 받은 11개사는 엔씨소프트(리니지 1,2), 넥슨(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웹젠(뮤), 그라비티(라그나로크 온라인), 한빛소프트(탄트라), 조이온(거상), 액토즈소프트(A3), 써니YNK(씰온라인), CCR(RF온라인), KDN스마텍(천상의문), 가마소프트(릴온라인) 등으로 모두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 RPG)을 서비스하는 곳이다.

실제로 그동안 고압적인 조항으로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온 ▲아이템 현금거래를 처음 적발한 경우 사안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곧바로 계정을 영구압류할 수 있는 조항 ▲사업자가 게임의 기획이나 운영상의 필요로 이용자들의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 ▲이용자가 경미한 위반의무 행위 시에도 사전통보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이용자들의 채팅내용을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임의 열람할 수 있는 조항 ▲게임 운영자에게 포괄적인 제재 권한을 부여한 규정 등이 모두 위법 판정을 받았다.

또 사업자 편의만 앞세운 조항으로 게이머들의 불만을 사온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게임이 중단되어도 4시간 이상 연속해서 중단된 경우만 서비스 시간을 연장하도록 규정한 조항 ▲접속지연 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실상 이용자들에게 전가한 조항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의 이용요금을 지불할 경우, 무조건 사후동의(취소권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 조항 등 역시 무효 판정을 받았다.

단, 공정위는 지난 2000년에도 문제가 됐던 '아이템 등의 현금거래 금지조항'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판정했다.

또 ▲불가항력적인 사유의 게임 서비스 중단시 면책 조항 ▲무료 서비스의 손해배상 면책 조항 ▲사업자가 사용자 상호간의 분쟁에 개입할 의무가 없도록 한 조항 등도 유효 판정을 받았다.

공정위 약관제도과 조성국 과장은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 조항은 사업자의 지적재산권 보호, 현금거래로 인한 부작용, 아이템 현금거래에 관한 법률 부재 등을 고려할 때 약관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판정은 자칫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조항'을 뺀 나머지 내용에서는 대부분 소비자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공정위는 이번 시정 권고에 따라 해당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약관을 고치도록 두달여의 시간을 줄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불응하는 곳이 있으면 행정지도인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공정위는 또한 이번 시정 권고 내용을 하나의 지침으로 만들어 게임산업협회에 전달하고, 나머지 MMO RPG 서비스의 약관도 그 지침에 맞게 재작성하도록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이번 판정에서는 빠진 블리자드의 월드워브워크래프트(WOW)는 약관 체계가 달라 별도로 심사중에 있으며, MMO RPG 외에도 웹보드 게임 등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조성국 과장은 "급속히 성장중인 온라인 게임 분야는 더 많은 이용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시정조치의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번 심사 과정에 소비자 대표로 참석한 정준모 변호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게미머의 권리장전을 새롭게 쓴 날"이라고 평가했다.

게임업계는 일단, '게임 아이템 거래 양성화' 논의가 사회 쟁점화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해 온 자신들의 입장이 이번 약관심사에서 인정 받았다는 점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 양성화 논의로 혼란이 일고 있는 데, 때마침 이번 공정위 약관심사에서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 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해 준 것"이라며 "아이템 소유권이 지적재산권으로서 게임사에 있다는 권리관계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이번 심사 결과를 환영했다.

하지만,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나머지 시정 내용에 대해서는 서비스 계약의 주체이면서도 게임 세계의 운영자인 게임사의 이중적인 위치가 간과돼 있다는 반응이다.

그는 "이번 시정 권고 내용은 좀 더 세부적으로 검토해 봐야 알겠지만, 대부분 절차상의 문제나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점을 지적하는 '톤'"이라며 "공정위가 기존 약관의 큰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수단에 대해서는 모호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사는 소비자와 계약을 맺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온라인 게임 속의 구성원 활동을 감시하는 운영자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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