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일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고 성인의 계정 도용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임 산업의 이미지와 성장 동력만 갉아먹은 무의미한 규제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강제적 셧다운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토론회에서는 시행 6년째를 맞이한 강제적 셧다운제를 성토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강삼석 마상소프트 대표는 강제적 셧다운제 무용론과 부작용에 대해 지적했다.
이동연 교수는 ▲청소년의 문화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 ▲실효성 미미 ▲국가가 사회를 관리하려는 장치로 기능 ▲게임의 산업적 문화적 활성화에 부정적이라는 측면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철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후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이 16~20분 정도 줄어들었다는 산업연구원의 '문화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방안' 보고서를 인용하며 그 효과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16년 5월 게임 과몰입에 빠진 청소년 2천명을 2년 장기 관찰한 결과 게임 과몰입의 근본 원인은 게임 그 자체에 있기보다는 청소년이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있다는 발표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그 원인이 게임 그 자체에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무리한 법적 규제보다는 청소년에게 보다 많은 문화적 놀거리를 제공하고 입시 스트레스를 줄이는게 게임 과몰입을 막는 실질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조만간 다시 한번 헌법 소원을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자녀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등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에 참석한 강삼석 마상소프트 대표는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에서 2005년 1.9%에 불과했던 51세 이상 게임 계정이 2017년 9월 7일 기준 4.3%로 2.4% 증가했다고 언급하며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청소년이 부모 등의 계정을 도용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예상 도용 계정 수는 51세 이상 연령층보다 16세 이상 50세 이하가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개인 정보 도용은 청소년 월 결제한도 등을 초과하는 문제도 발생될 수 있어 더 큰 문제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한 "무엇이든 오래하면 나쁘다. 공부도, 운동도, 일도, 게임도 오래하는 것이 나쁜 것"이라며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래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청소년이 인지하게 학습을 시켜야 한다. 그것이 어른이 청소년에게 져야 할 책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강제적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 산업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등 경쟁력 상실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인터넷 게임 제공자에게 게임 이용 시간 등의 제한을 요청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있음에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기반한 강제적 셧다운제가 중복돼 운영되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게임을 사회악이자 중독물질로 바라보는 시각과 게임의 문화예술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나아가 게임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산업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도 나왔다.
이용중 아이건강국민연대 상임대표는 "담배, 술, 성적자기결정권으로부터 우리 아이를 사회가 보호하듯 강제적 셧다운제도 공익적 기능을 담당한다"며 "게임은 두뇌 활동과 성장에 부정적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담배나 술처럼 게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건 최소한의 장치로, 오히려 밤 10시(기존 밤 12시)부터 적용되도록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아동·청소년이 안전한 성장을 위해 도입된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논쟁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라며 "만약 부모의 선택으로 심야 시간에 게임 이용 여부를 결정한다면 아마도 가정은 게임 시간으로 다투는 전쟁터가 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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