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나기자]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3천600여 명 가운데 돈을 지불하고 합법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6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비트(Beat)'의 기획과 탄생은 우리나라 음원산업계가 처해 있는 현실을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박수만 비트패킹컴퍼니 대표가 음악사업에 뛰어 들게 된 배경은 이렇듯 고민에 있다. 사실 그는 음악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기에 음악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최초의 SNS 미투데이와 폐쇄형 SNS 네이버 밴드(Band)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서비스들이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비트 서비스보다는 미투데이 창업자로 더 유명한 박수만 대표는 2009년 NHN 미투데이센터장을 역임하면서 SNS 밴드의 기획을 도맡아왔다. 다시 돌아온 그가 도전한 분야는 소셜과는 궤를 달리하는 '음악'이었고 그중에서도 스트리밍이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확대 조짐을 보이면서 빠르게 시류를 읽어 내는 그의 혜안에 업계 전문가들도 모두 놀라는 분위기다.
◆ 7개월 만에 110만 다운…회원 60% 액티브 유저
박수만 대표가 만든 '비트'는 라디오 방식의 음악 스트리밍 앱이다.
비트와 같은 서비스는 'TOP40', '90년대 가요', '잊지 못할 OST' 등 주제별로 나눠진 채널에서 마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끊임없이 노래가 흘러나온다고 해서 '스트리밍 라디오'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별도의 결제 없이도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서비스가 판도라 등을 통해 10년 전부터 제공돼 왔다. 국내 온라인 음원업체들도 몇 년 전부터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부가적으로 제공해 왔지만, 스트리밍 라디오 앱을 단일 콘텐츠로 만들어 독자적으로 서비스하기는 비트패킹컴퍼니가 처음이다. 스트리밍 라디오라는 서비스가 대한 인식이 제로에 가까운 불모지에 신생 벤처기업이 뛰어든 것.
그러나 우려도 잠깐. 올 3월 정식 출시된 비트는 이렇다 할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론칭 7개월 만에 110만 다운로드(10월 말 기준)를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비트패킹컴퍼니에 따르면 론칭 이후 비트의 평균 이용률은 매달 300% 이상씩 증가했다. 10월 한 달 동안 62만 여명 이상이 사용하고, 총 1억 5천만이 넘는 곡들이 비트를 통해 재생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또 같은 기간 매일 약 17만 시간에 달하는 440만 청취 플레이타임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모든 게 음악사업 초짜가 일궈낸 성과였다.
박 대표는 "비트가 공략하고자 하는 이용자층은 유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600만 명이 아닌 그 외의 잠재적 시장"이라며 "한 달에 음악을 듣기 위해 100만 원 이상을 투자하는 전문가 지단은 전체 음악시장의 약 7%이고, 10만 원 이상을 쓰는 애호가 그룹이 21%, 2만 원 가량을 소비하는 그룹 32%, 전혀 투자를 하지 않는 무관심한 사람이 절반에 달하는 40%"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겨냥하는 시장은 전문가와 일부 애호가 집단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이라며 "이 잠재적 시장의 규모가 2천5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기보다 음악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 타깃을 맞춘 것. 때문에 기존 시장에서 서비스되는 음악 앱들과 접근방식을 달리했다. 서비스 기획부터 유저인터페이스 등까지 최대한 직관적이고, 최소한의 동작으로 구동될 수 있게끔 만들었다.
또 박수만 대표가 가장 잘하고 잘 할 수 있는 소셜 요소들도 곳곳에 배치해 뒀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친구들을 초대하고 친구를 맺을 수 있도록 하고, 비트 내에서 듣는 음악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내 친구들이 듣는 음악을 확인하고 청취하는 것은 물론 친구들이 추천한 음악이나 기록을 남긴 음악을 확인하고 들을 수도 있다.
특히 악동뮤지션, 씨엔블루, 장기하, 위너, 옥상달빛 등 국내 인기스타들이 라디오 DJ가 돼 노래를 직접 선곡하고, 노래에 얽힌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비트만의 '스타 라디오 채널'은 이미 수많은 골수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 연내 글로벌 진출…K-POP 교두보 자처
박수만 대표의 다음 스텝은 '비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이미 비트의 시장 잠재성을 인정받아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YG넥스트 등 벤처캐피탈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4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국내 및 글로벌 대응을 위한 총알장전도 마쳤다.
박 대표는 "연내 비트의 글로벌 런칭을 위해 40여개국 음악저작권 단체와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 K-POP을 선보이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 시켜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국내시장에서 삼성 밀크 등 비트와 유사한 라디오 음악 스트리밍 앱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비트는 지난 8개월의 서비스 기간 동안 국내 이용자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노하우를 쌓은 만큼 여전히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또 그 역할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수만 대표 프로필
- 명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 및 석사
- 2006년 5월 ~ 2008월 12월 미투데이 설립 및 대표이사
- 2009년 1월 ~ 2013년 3월 NHN 미투데이센터 이사 센터장
- 2013년 4월 비트패킹컴퍼니 설립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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