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전문 번역가는 아니지만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 60만명으로부터 실시간으로 번역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지난 2012년 9월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자'며 설립된 '플리토(Flitto)'가 그 주인공이다.
플리토는 사용자들끼리 서로 번역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이 텍스트·음성·이미지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번역을 요청하면 해당 요청이 번역가 60만명 중 300명에게 동시에 전달된다.
요청을 받은 사람들이 문장을 번역해 보내면 번역 요청자가 선택한 사람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포인트는 플리토 안에 있는 가게에서 기프트콘으로 바꿀 수도 있고 2만5천 포인트 이상이 모이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어찌보면 집단 지성을 내세우며 네티즌들끼리 묻고 답했던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모델이다.
이정수(32) 플리토 대표는 "전문 번역은 비싼데다 느리고, 구글의 자동번역기는 정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며 "전문번역가는 아니지만 언어를 잘 하는 사람들의 집단 지성을 이용한 모델이 플리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가 더럽게 많이 온다'는 구어체를 예로 들었다. 해당 문구를 구글 번역기에서 번역하면 'ONET much rain dirty'라는 결과가 나온다.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가 단어 자체만을 번역한 결과다.
하지만 외국어 능통자들이 사용자들로 있는 플리토에 같은 문장에 대해 번역을 요청하면 어감을 살린 'It's raining cats and dogs'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 대표는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에서 16년을 살았다. 그는 "국제학교를 다니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언어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플리토의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SK텔레콤에 입사한 이 대표는 대학생이던 2007년 웹 기반 번역 서비스 '플라잉케인', 2009년 사내벤처 'Planet B612'에서의 경험을 살려 2012년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회사를 차렸다.
플리토는 설립한 2012년 아시아 회사 최초로 테크스타 런던의 인큐베이티팅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그해 12월에는 아시아 회사 최초로 페이스북 본사에서 기업 IR을 진행했고, 2013년엔 미래창조과학부 선정 창조경제 대표기업, 실리콘 밸리의 글로벌 청년창업 활성화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외에도 2013년 이스라엘, 2014년 스위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올해 7월 대만 스타트업 콘퍼런스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매출의 대부분은 기업에 판매하는 번역 데이터에서 나온다. 현재 자동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 마이프로소프트(MS), 정부기관이 주요 고객이다. 이외에 개인·웹사이트·e북업체가 요청하는 대량 번역, 스토어 입점 제휴업체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수료가 매출의 일부를 차지한다. 한 달 매출은 1억원 정도다.
이 대표는 "온오프라인을 합쳐 번역시장은 40조원대 규모"라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번역 시장의 선두가 되겠다"고 말했다.
현재 플리토는 한국어·영어·중국어·스페인어·아랍어·일본어·포르투칼어 등을 포함해 17개 언어로 전세계 170여개국, 360만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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