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독자가 책주문을 하면 인쇄를 한 뒤 책으로 만들어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주목받는 젊은 벤처가 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완성된 원고를 올리고 표지 디자인 선택부터 내용 미리보기 글을 만들어 올리면 그 내용을 본 독자가 책을 주문할 때 책을 만들어준다.
출판벤처 부크크는 한건희(27) 대표가 군대동기인 권정민 이사(26)과 함께 만든 스타트업이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 딸이 졸업하고 러시아 총리 메드베데프 아들이 다니는 러시아 명문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MGIMO)를 휴학한 한건희 대표는 포항공대 수석을 놓치지 않던 권정민 이사와 손을 맞잡고 지난 8월 부크크(http://bookk.co.kr)를 설립했다.
군대 동기인 이들은 지난 5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 벤처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기존 출판시스템과 반대로 가는 것. 아마추어 작가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출판에 필요한 비용을 출판사에 지불하고 책의 수요량에 상관없이 일단 책을 출간한다. 재고가 남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건희 대표는 "아마추어 작가들은 출판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출판사에 지불하고도 1천권 이상 팔려야 실질적인 수익이 생긴다"며 "부크크는 독자가 주문이 들어왔을 때 인쇄를 해 배송하는 구조로, 작가의 부담을 없앴다"고 말했다.
부크크는 출간한 서적의 수익 가운데 작가에게 돌아가는 비율을 35%로 책정했다. 기존 출판시장에서 작가의 몫이 10%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작가에게도 반가운 구조인 셈이다.
부크크의 이같은 움직임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기존 출판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웹소설 작가들이 모인다. 지난 8월28일 시작한 무료표지 디자인, 제작된 책 한권 무료 제공, 명함 무료제작 이벤트 참여자가 230여명이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함께 출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는 10월10일이면 그동안 준비한 웹소설 작가들의 작품을 베타서비스할 예정이다. 10월17일부터는 모든 작가들에게 부크크를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책 판매도 시작한다.
◆고3시절 카페서 '위탁판매' 창업 경험도
한 대표가 무작정 벤처열풍에 가담한 것은 아니다. 이미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6년 포털 다음이 운영하던 '다음카페'에서는 옷 위탁판매업으로 이 바닥에 뛰어들었다. 'GH루프탑(RoofTop)'이라는 카페 운영 이튿날 땀흘려 번 "매출 30만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 대표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것은 석사학위를 러시아에서 취득한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러시아 유학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MGIMO에서 2009년 어학코스를 마치고 국제법·국제에너지 정책연구를 전공하며 2년동안 러시아법을 비롯해 해외 법률을 익혔다.
하지만 그는 결국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러시아 생활보다 벤처나 사업을 하는 쪽이 체질에 맞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말렸지만 '한 고집' 하는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유학시절 이집트를 통해 알게된 물담배 유통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그의 머리에선 미국 출판플랫폼 '루루닷컴'을 모델로 하는 사업구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군대를 가야했어요. 소방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했는데, 그때 운명처럼 파트너인 권정민 이사를 만난겁니다."
권정민 이사는 포항공대 물리학과의 수재로 꼽혔다. ‘톱’의 자리를 놓치지 않던 그는 한학기를 남기고 휴학하며 권 대표와 같은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대표의 부모님처럼 아들의 벤처사업을 만류하던 부모님은 이제 권 이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연간 수익 5천만원을 올리는 물담배 사업수완을 보시곤 마냥 젊은 날의 외도로 여기지 않으시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 남들은 내가 실패를 경험해보지 않아 겁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름의 철칙이 있다. 초기비용이 2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가지 아이템중 3가지는 사업화를 했습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청사진도 가지고 있어요. 우선은 부크크를 통해 꿈을 가진 젊은이들과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힘이 되고 사업도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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