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애플 앱스토어 도입이 국내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개발사간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달 미국 시장조사업체 '파이퍼제프리'에서 발표한 앱스토어 수익 분석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개발자 몫인 70%를 제한 비용에서 신용카드 수수료 16%와 앱 저장·관리·전송 비용에 드는 1%를 제외하고 오직 13%만을 애플의 순수익으로 챙겨간다.
이 분석방식에 따르면, 애플이 앱스토어 개설 이후 이 달 7일까지 판매한 애플리케이션 숫자는 150억회에 해당하지만 애플리케이션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2억9천200만달러(약 3천100억원)에 불과하다.
한 모바일 게임회사 관계자는 "애플이 앱스토어의 공정한 생태계 환경 구축을 위해 들이는 노력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은 최근 애플리케이션 순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같은 회사의 다른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경우 유료 아이템을 무료로 제공하던 관행을 폐지시켰다"며 "콘텐츠 분야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태계 질서를 우선시하는 점은 국내 오픈마켓 사업자들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KT 불공정 관행, 이 달 정산분부터 개선
업계에 따르면, KT(회장 이석채)는 올레마켓에서 판매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판매수익을 정산하면서 일률적으로 5%를 미납예상액으로 미리 공제하는 청구형 정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같은 정산법을 따르면 개발자와 통신사간 수익배분은 7대3이 아니라 사실상 66.5 대 28.5가 된다. 채권추심료 명목으로 판매수익에서 5%를 떼어내고 배분해 불량채권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중소 콘텐츠 개발사에게 떠넘겨 왔던 셈이다. 또한 실제 KT의 정보이용료 평균 미수납률은 5% 이하에 그친다. 지난해 KT의 정보이용료 평균 미수납률은 4.8%였다.
이에 대해 한 오픈마켓 콘텐츠 사업자는 "최근 1년이 아니라 최근 3년 등으로 기간을 늘려잡을 경우 미수납률은 2~3%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T가 채권추심료를 5%로 책정하면서 발생한 추가수익은 전체 콘텐츠 매출의 0.2%로 약 35억원에 해당한다. 통신요금 미수납률이 2~3%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연간 수백억원이 부당하게 KT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포폰'이 있던 시절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외쳐온 KT가 피처폰 시절의 관행을 이어가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는 "오는 7월 판매분부터 채권추심료를 따로 떼지 않고 100%를 기준으로 개발자가 온전히 70%의 몫을 받아갈 수 있도록 수익모델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픈마켓끼리 경쟁하는 환경…생태계 개선에 도움"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참가하는 오픈마켓인 애플 앱스토어가 오픈마켓에서 규칙을 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오픈마켓 셀러는 "애플 앱스토어는 현재 모든 콘텐츠 개발자들이 우선적으로 대응하는 시장"이라며 "오픈마켓끼리 경쟁해야 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역학구도나 역할이 과거의 폐쇄된 마켓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오히려 없어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피처폰 시절,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간 관계는 재량권 싸움에서 제약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픈마켓 환경에선 통신 사업자가 아니라 콘텐츠 사업자가 판매 주체가 되면서 기존의 갑을관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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