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공영방송답게 저작권을 풀어서 국민들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BS가 수신료를 2천500원에서 4천원으로 올리려는 이유가 다매체 유료방송시대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정작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시청료를 재원으로 삼는 KBS 영상물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KBS 수신료 인상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불고있는 '1공영 다민영' 논의와 지상파 방송사들의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보호 요구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KBS 시청료 인상하려면 저작권 포기해야
문화부와 '이용자제작콘텐츠(UCC)가이드라인'을 만든 고려대학교 이대희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의 예외로 입법자료나 판결문 등 최소로 규정돼 있는데 미국의 경우 거버먼트 워크(Goverment Work)에서 폭넓게 규정되고 있다"면서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적 콘텐츠에 대해 또다시 저작권을 인정받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식이 미국 저작권법에는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시청료가 주재원인 KBS1은 저작권을 포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현행 국내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제7조)은 ▲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 ▲ 법원의 판결·결정·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심판절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결정 등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것으로서 제1호 내지 제3호에 규정된 것의 편집물 또는 번역물 ▲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에 한한다.
KBS의 경우 시청료를 재원으로 하면서 공익성을 이유로 정보통신부에 전파사용료를 내지 않지만, 저작권은 보호받고 있는 것. 이를 근거로 최근 KBS는 SBS,MBC와 함께 NHN, 다음과 저작권 보호 협약을 맺었다. KBS콘텐츠도 네티즌이 맘대로 퍼나르면 즉시 삭제되고 드라마 영상클립 몇개를 이용해서 UCC를 만들어도 안된다.
인터넷 업계의 한 임원은 "솔직히 KBS가 KBSi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콘텐츠 유통사업에 뛰어들면서 민간기업들과 경쟁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넷업체 사장은 "지상파 인터넷 자회사들이 인터넷라디오 사업에 있어 회선비용을 줄이려고 P2P기술을 이용하려는 추세인데, 다른회사는 몰라도 시청료를 재원으로 하는 KBS가 회선비를 줄이기 위해 국민 PC 자산을 활용하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시기 미디어 정책 수립시 공영방송 저작권 문제 언급돼야
한나라당은 그동안 '1공영다민영'을 주장해 왔다. 지상파 방송으로 묶여있는 KBS, MBC, SBS 중 MBC를 민영화하고 KBS의 공공성을 강화해 '공영방송'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국가기간방송법안이나 국무조정실 산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에서 잠시 언급됐던 공영방송위원회안 같은 것들이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것들이다.
고려대 이대희 교수는 "KBS가 저작권을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크리에이티브 커먼 라이선스(CCL) 활성화에는 적극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CCL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권리자들의 의지가 없기 때문인데, 주요 방송사 특히 공영방송이 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CL이란 저작자들이 자신들의 저작물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자유이용을 허락하면서 조건을 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 금지 등을 붙이게 된다. 웹2.0시대에 맞는 저작권 보호 운동으로 주목받지만, 국내에서는 별로다.
한성대 정경희 교수도 '기록정보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저작권 문제 연구- 정부저작물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국내 저작권법이 미국과 영국에 비해 정부저작물에 대한 보호를 더 폭넓게 해서 이용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국내 저작권법에 정부저작물에 대한 정의를 추가하고 관련 규정을 수정해 정부에서 개발한 정보공유라이선스를 각 부처 저작물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대선이후 KBS 수신료를 인상해주고 그 연장선 상에서 방송구조개혁에 나서더라도, KBS의 영상콘텐츠들을 정부 저작물과 똑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 콘텐츠는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민영방송 콘텐츠들과 다른 저작권 법제를 적용받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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