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4세대(G) 이동통신 주파수가 선정되는 것을 계기로 4G 기술 표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기술 선점을 위해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G 이동통신은 올해 11월경 주파수가 확정된 후 2010년 기술 표준이 정해지고 이로부터 2~3년 후에나 상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주파수 분배 후 곧바로 후보 기술을 제안받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국-중국-일본 표준화 단체 모임(CJK 회의)을 통해 동북아권의 공조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인 반면, 중국이 여전히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어 4G 표준화 전략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 이동통신 표준화 전문가들로 구성된 4G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4G 표준화 닻 올랐다
막연한 개념으로만 논의되던 4G 이동통신 기술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표준화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 국제전기통신연합(ITU-R)은 4G의 공식 명칭을 'IMT-어드밴스드(IMT-Advnaced)'로 정했으며 오는 11월께 스위스에서 열리는 WRC-07 회의를 통해 주파수를 분배할 계획이다.
IMT-어드밴스드는 이동중에는 초당 100메가비트(Mbit), 정지시에는 1기가비트(Gbit)의 전송 속도를 구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현재 IMT-어드밴스드의 후보 주파수로는 410~430㎒, 450~470㎒, 470~806/862㎒, 2300~2400㎒, 2700~2900㎒, 3400~4200㎒, 4400~4990㎒ 등 7개 대역이 선정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2300~2400㎒, 3400~4200㎒ 대역을 선호하고 있다. 이 주파수 대역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모바일와이맥스(와이브로) 용도로 많은 나라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3400㎒~4200㎒는 이미 위성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반대하는 세력이 많아 주파수 공유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특히, 중국이 3~4㎓ 대역에서 반대하고 있어 한중일(CJK)이 주파수에 대해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파수 대역이 분배되면 곧바로 4G 기술 표준화 작업에 들어간다. 이미 ITU-R 이동통신협력체(WP8F)에서는 이미 표준 제안에 필요한 기술적 요구 조건, 평가 지침 등을 담은 문서(Circulation Letter)를 만들고 있다. ITU-R은 오는 내년 2월까지 이 작업을 완료하고 2009년 7월까지 후보 기술을 제안 받은 후 평가 작업을 거쳐 2010년 초까지 표준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3~4㎓ 주파수·모바일 와이맥스가 한국에 유리
4세대 이동통신 기술 표준화 과정은 3G(IMT-2000) 표준화 과정보다 더욱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3G에서는 비동기(3GPP), 동기(3GPP2) 2개 진영이 주축이 돼 서로 보완, 경쟁하면서 표준화가 진행됐다.
반면, 4G에서는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 외에 인텔과 같은 컴퓨팅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포털 사업자, 미디어 업체들도 표준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4G 기술 표준과 관련해서는 4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LG전자 최진성 연구소장은 ▲3GPP/3GPP2와 같이 기존 3G와 유사한 국제 표준 제정 후 각 나라의 표준단체 주도하에 4G 기술 표준으로 제안하는 경우 ▲3GPP/3GPP2가 아닌 IEEE 802.11/16/20 기술 표준화 단체가 주도권을 갖는 경우 ▲4G 예비 사업자들이 그룹을 결성해 별도의 표준화 단체가 구성돼 4G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경우 ▲각 지역별 또는 국가별 사실상의 표준화에 의해 기술 제안이 일어나 국제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등 4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진성 소장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원천기술 확보, 해외 로열티 수익 창출, 국내 4G 서비스 조기 상용화, 단밀기 및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국제 경쟁력, 국민 편익 증대 등을 고려할 때 두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즉, 인텔 등 컴퓨팅 업체들이 모바일 와이맥스 기반의 표준 주도권을 행사해 기존 3G와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지적재산권(IPR) 정책을 갖고 4G 표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한국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 이는 삼성전자, KT 등 국내 업체들이 모바일 와이맥스를 기반으로 한 와이브로 서비스에 상당히 앞서 있다는 점과 연계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주도의 4G 표준화를 견제하기 위해 CJK 중심으로 한 동북아 로밍벨트 확보를 통해 4G 표준화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앞서 주파수와 마찬가지로 최근 중국 측의 독자 노선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이 모바일 와이맥스를 채택해 한국의 와이브로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모바일 와이맥스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삼성전자에서 정보통신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균 전무는 "최근 중국이 독자 노선을 고수하면서 자칫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용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CJK 회의에서 이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4G 기획위원회 구성 대책 마련
4G 표준화와 관련해 정부의 지원과 역할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삼성전자 김영균 전무는 "민간 기업들의 노력과 함께 국제 표준화 사회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최진성 소장은 우리나라의 IMT-어드밴스드 전략에 대해 "4G 주파수에 대한 조속한 정책 결정 및 라이선스 분배 추진하고 정부는 관련 규제를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보통신부는 4G 주파수에 대한 정책 방향만 수립돼 있을 뿐 기술 표준에 대해서는 뚜렷한 정책 방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민간기업들이 4G 포럼 등을 개최하며 기술 개발 및 표준화에 주력하는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최근 정통부는 이동통신 표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4G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첫 모임을 가졌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내외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 현황과 해외 사업자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부 안재민 이동통신 분야 PM은 "4G 기획위원회는 해외 개발 동향, 표준화 동향을 점검해 국내에서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좋은 표준화 전략이 도출되면 정책 방향으로 채택할 수도 있다"며 "3월 첫 회의에 이어 앞으로 몇 차례 더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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