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내 주요 보안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사업부 분사(分社)' 카드를 꺼내며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특정 사업부를 독립 법인으로 쪼개 전문성을 높이고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창립된 지 15년 이상 된 1세대 기업들을 중심으로 보안업계에 '회사 분할'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부는 모양새다.
10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란지교, 이스트소프트, 파수닷컴 등이 회사 분할을 진행했거나 추진 중에 있다.
가장 먼저 이런 움직임을 보인 회사는 오치영 사장이 이끄는 지란지교(옛 지란지교소프트)다.
오치영 사장은 2011년 유통사업본부(지란지교에스앤씨)를 떼어낸 것을 시작으로 2014년 1월 보안사업본부(지란지교시큐리티), 올해 1월 학사용 업무솔루션(쿨스쿨) 사업부(지란지교컴즈)까지 연이어 분리했다.
이 과정에서 지란지교소프트마저 다시 분할하면서 지란지교(모기업)로 이름을 바꿨고, 신설법인 지란지교소프트를 만들어 개인정보보호, 오피스웨어 등 기존 사업을 넘겼다. 윤두식 보안사업본부장이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를, 오진연 쿨스쿨 사업부장이 지란지교컴즈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으로는 이스트소프트가 '분사 행렬'에 동참했다. 올해부터 이스트소프트를 이끌기 시작한 정상원 대표가 이 같은 움직임에 속도를 더했다.
지난 10월 백신 SW '알약'으로 대표되는 보안사업 조직을 분사해 자회사 '이스트시큐리티'를 설립한 것. 올 1월 게임SW 사업부가 '이스트게임즈'라는 회사로 따로 떨어져 나온 데 이은 두 번째다.
이스트소프트는 창업자 김장중 대표에서 정상원 대표로 23년여 만에 세대교체를 이룬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올해만 두 개의 사업부를 분사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최근엔 조규곤 대표가 이끄는 파수닷컴까지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메모장 서비스 '디지털페이지' 사업조직을 분리,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대 소비자(B2C) 사업으로 본업인 기업간거래(B2B) 보안사업과 성격이 다른 만큼 따로 떼어내 경쟁력을 키우고자 함이다. 이 서비스를 위해 창업 초기멤버이자 콘솔 SW업계에서 오래 일한 최종신 상무를 영업하기도 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분할방식, 분할시점 등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진행한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출시된 지 1년 남짓 된 디지털페이지 서비스는 지금까지 190여 개국에서 5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2년 내 500만 사용자 확보가 목표다.
이들 기업이 사업부를 분리하는 까닭은 목표와 업무, 의사결정 방식 등이 다른 사업부가 회사 분할로 각자 전문성을 높이면서 사업에 집중해 핵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세 회사의 차이점이라면 지란지교와 이스트소프트는 기존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보안 사업을 분사한 반면 파수닷컴은 이제 막 출발한 전략 사업을 분리하는 경우다.
아울러 기업의 미래 성장 전략 차원에서 '탈(脫) 보안', 즉 보안을 넘어 다른 사업 분야로 진출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보안업계 회사 분할 바람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트소프트가 신사업으로 인공지능(AI)의 일환인 딥러닝 기술과 응용 사업에 주력키로 한 것이 보안사업부 분사에 영향을 미쳤고, 파수닷컴은 B2C 사업영역으로 눈을 돌리면서 분사를 고려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분사는 빠른 의사결정 등 신사업 추진에 유리할 수 있다"며 "몸집을 가볍게 하고 사업 성격을 명확히 하게 돼 투자 유치가 수월해지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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