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열한 살 때부터 해킹의 세계에 빠져든 소년이 있었다. 컴퓨터를 처음 마주한 어린 소년은 '다른 사람이 내 컴퓨터에 들어와 볼 수 있진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었다. 그 때 PC 통신의 전자게시판(BBS)를 통해 해커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됐다.
1995년 개봉한 영화 '해커스'를 본 뒤에는 '이것이 내가 상상하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소년은 점점 더 깊이 빠져 들기 시작했다.
화이트해커 연구단체인 '와우해커'를 조직하고 쉬프트웍스 창업을 거쳐 2012년 12월 모바일보안 스타트업인 에스이웍스(SEworks)를 세운 그는 바로 홍민표 대표다.
그와 그가 세운 회사 에스이웍스는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해커 출신이 세운 회사라는 점, 보안 분야 스타트업으로서 퀄컴,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등 유력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등이 관심의 배경이다.
그가 에스이웍스에 앞서 2008년 세운 쉬프트웍스는 모바일오피스인 '폴라리스 오피스'로 잘 알려진 인프라웨어에 매각했다.
◆앱 개발사, 보안 필요성 커져
에스이웍스의 간판 제품인 메두사는 소스코드를 베낄 수 없도록 해 모바일 보안 위협으로부터 애플리케이션을 보호해주는 서비스로 작년 6월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8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그는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모바일 위협이 본격화되면서 이제는 (개인정보보다) 스마트폰 앱 자체에 대한 보안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리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앱 개발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기업이 개발하는 앱에는 아이디어와 핵심 기술이 녹아있는 만큼 보안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게임 앱은 아이템의 유료 구매가 이뤄져 해킹 가능성이 더욱 높고 해킹을 당하면 서비스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점유율이 높아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구조상 소스코드를 손쉽게 볼 수 있는 취약점이 있다. 최근 금융 앱이나 게임 앱 등 내부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재배포하는 악성 앱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모바일 보안은 안티 바이러스(Anti-Virus)나 모바일 단말 관리(MDM) 같은 개인 위주의 솔루션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위주로 초점이 옮겨왔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더 많은 기회 있다
그는 미국 시장 진출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그 동안 많은 국내 보안업체들이 끊임없이 두드렸지만 쉽게 열지 못한 시장이다. 홍민표 대표만 하더라도 이전에 차렸던 쉬프트웍스의 고객 기반이 있는 국내가 미국 시장보다는 더 나은 환경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장에서의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했다"며 "어렵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다른 나라로 진출하기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 기반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지금도 그는 미국에 머물고 있다. 현지 지사를 갖추고 비즈니스를 위한 여러 제반 사항을 챙기기 위해서다. 3월까지는 현지에서 기술 영업인력를 충원할 예정이다. 13일 진행한 이번 인터뷰도 스카이프를 통한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그는 "우리 같은 데는(진출 초기의 스타트업은) 고객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오기를 원한다"며 "CEO가 직접 나서니 의사 결정이 빨라 좋기도 하지만 이는 결국 비즈니스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다. 현재 순수 미국 회사는 아니지만 고객사 한 곳을 확보한 상태로 계속해서 브랜드와 인지도를 올리는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그는 또한 "올해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도입사례(레퍼런스) 2~3개를 확보하는 것이 영업적 목표"라며 "기업 가치를 더 끌어올려 미국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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