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에게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고민이 있다. 바로 해외 시장 개척이다. 어떻게 하면 좁은 국내를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파고 들 수 있을까.
해외 시장이라는 말만 들어도 한숨을 쉬는 SW 기업이 많은 게 현주소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국내 SW 기업들도 끈질기게 해외 시장의 문을 열려 하고 있고 이중에는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나기 시작한 기업들도 있다.
이들 기업은 저마다 다른 스타일로 일본 시장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발로 뛰며 비즈니스 기회를 물색하고 '이름 있는' 파트너를 붙잡으려 하기도 한다. 또 현지 회사를 인수해버린 기업까지 나왔다.
◆발로 뛴다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는 요즘 일주일에 절반 가량은 일본에 머문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비즈니스에 시간을 쏟느라 대인관계가 염려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를 할 정도다.
그가 직접 현지를 누비며 얻고자 하는 건 '좋은 파트너'다. 꼭 크고 유명한 기업이 아니더라도 소위 궁합이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정공법이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뛴다는 점에서 무게는 가볍지 않다. 많은 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지만 모든 기업의 대표가 나서진 않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이사가 직접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데 따른 장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빠른 의사결정, 둘째는 진정성, 셋째는 역동성이다.
그는 "대표이사가 현지 시장 상황을 실무진과 함께 보고 느끼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과 결론 도출이 쉽고 현지 파트너사나 고객 입장에서 대표이사가 직접 발로 뛰는 것을 보고 좀더 진정성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작년 일본 시장에서 약 7억 엔(한화 약 7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목표 매출액을 10억 엔(한화 약 103억 원)으로 잡았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일본에서 약 5천 여 기업 고객을 확보한 상태다.
◆ 현지 기업 인수로 현지화 시간 줄인다
투비소프트(대표 김형곤)는 올해 미국 시장의 문을 열기 위해 아예 미국 회사를 인수해버렸다.
김형곤 대표에 따르면 투비소프트가 이처럼 공격적인 카드를 꺼낸 건 적어도 미국 시장에서 만큼은 현지 법인을 통한 일반적 접근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네트워크를 갖고 곧바로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게 현지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형곤 대표는 "과거에도, 지금도 굉장히 많은 SW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법인을 만들고 파트너사를 섭외하는 등 다양하게 노력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회사는 2~3개 빼고는 사실 없다"며 "'(그 방법이) 과연 맞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회사의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인수합병이 오히려 투자금도 적게 들어간다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에 자회사를 하나 세우고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데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고 보면 1년에 100만 달러씩 써도 500만 달러가 든다"며 "반대로 5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회사를 인수 합병하면 그 회사가 그 동안 미국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와 고객을 한꺼번에 가져올 수 있어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M&A는 적합한 대상 회사를 찾아야 하고 협상 등 오히려 더 어려운 과정일 수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M&A밖에 답이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 플랫폼에 올라탄다
알서포트는 지난 2012년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 도코모로부터 약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깐깐한 일본 기업이 한국 SW 기업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화면을 PC에서 보면서 기능·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모비즌'도 국내 한 제조사를 통해 노트북 PC에 탑재되고 있다.
알서포트도 일본 시장 초기에는 파트너를 통한 간접 판매에 집중했었고 서형수 대표 역시 대표이사가 아닌 엔지니어가 돼 발로 뛰어다녔다. 이에 더해 지금은 NTT 도코모의 사례에서 보듯 플랫폼을 타고 나가며 '동반성장'하는 방식이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국내 제조사나 NTT도코모와 같은 통신사 플랫폼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모바일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글로벌로 통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클라우드"라며 "모든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로 빨리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알서포트는 2012년 매출 171억 원, 영업이익 53억 원을 달성했다. 일본에서 거둬들인 매출만 100억 원이 넘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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