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인 A씨. 그는 이동 중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주식 정보를 확인하고 실시간 거래를 한다. 그런데 증권사 앱이 업데이트 된 이후 스마트폰에서 자꾸 오류가 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증상을 말하자 상담원은 직접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해결해주겠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A씨가 문자에 적힌 접속번호를 누르자 상담원이 직접 내 스마트폰을 제어해 문제를 해결했다. 만약 원격지원 소프트웨어(SW)가 없었다면 직접 방문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SW 업계에 '한컴(한글과컴퓨터)'과 '알약(백신 SW)'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은근히 많은 SW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특히 SW 기업 중에는 기업 간 거래(B2B) 업체가 많은 데다 SW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소비자들이 의식하기가 더 쉽지 않다. 여느 분야처럼 SW 업계에도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얼굴 없는 기업'들이 많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화된 영역에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도전을 거듭하며 성공을 일궈나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알서포트 '아시아 넘어 세계로'
A씨가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만든 곳은 원격제어·지원 SW 기업 알서포트(대표 서형수)다. 2001년 설립한 이 회사는 사실 동종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회사에 가깝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생소한 회사다.
그러나 원격 협업 솔루션이란 한 우물을 파온 알서포트는 국내 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2008년 12월 일본 MIC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일본 원격지원 서비스 시장의 71.2%를 점유하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09년 8월 프로스트 앤 설리번 보고서에서는 아시아 시장의 34%를 확보해 1위에 올랐다.
알서포트는 이같은 경쟁력에 힘입어 지난해 6월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로부터 1천385만 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깐깐한 일본 기업이 한국 SW 기업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알서포트는 모바일 시대에도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서포트는 2006년 리모트뷰 모바일 버전을 처음 선보인 후 2011년 리모트콜 모바일팩을 내놓으며 모바일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현재는 매출액의 40%는 PC가 아닌 모바일에서 나오고 있다. 많은 기업이 모바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지만 쉽게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알서포트는 지난해 매출 171억 원, 영업이익 53억 원을 달성했다. 일본에서 거둬들인 매출만 100억 원이 넘는다. 올해는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FX기어 CG 기술 '모바일'에서도 통한다
최신 스마트폰의 사용자환경(UI)에는 움직이는 물방울 등 애니메이션 효과가 적용되는 일이 흔해졌다. 우리가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이제 사람만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최근 개봉했던 가상 고릴라를 소재한 영화 ‘미스터고’에도 이 회사의 기술이 쓰였다. 이 회사의 이름은 모를지언정 이 회사의 CG 기술이 들어간 영화는 안 본 사람이 있을 수 없을 정도다.
특수효과(effects)를 뜻하는 FX와 기계를 의미하는 기어(gear)를 합친 에프엑스기어(대표 이창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2001년 설립 이래 컴퓨터 그래픽(CG) 소프트웨어라는 한 우물만 파왔다.
에프엑스기어의 핵심 기술은 CG 중에서도 옷, 머리카락 등을 현실감 있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근 열린 '지스타 2013'에서는 모바일용 그래픽 솔루션 '에프엑스링스(FXLinks)'을 소개하며 모바일 시장 대응에도 나섰다. 앞으로 이 기술은 모바일 게임, 스마트폰 등에서 쓰임새가 커질 전망이다.
이창환 에프엑스기어 대표는 "기존 PC에서나 가능한 수준의 물리 현상을 모바일 기기에서도 실감나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라며 "특히 고사양의 게임과 같은 모바일 콘텐츠들이 늘어나고 있어 개발자나 게임사의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인력도 늘고 있다. 이창환 대표가 서울대 전기공학부 동기이자 박사과정을 함께한 친구 최광진 기술 이사과 함께 차린 회사는 현재 30명 정도가 근무하는 회사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열린 소프트뱅크벤처 포럼에 특별연사로 나서 자사의 성공 사례와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에프엑스기어는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는 투자하는 회사 중 잠재력이 높고 사업이 성공적인 벤처 기업 세 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2008년 처음 소프트뱅크벤처스 코리아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아직까지 이 회사의 매출은 50억 원 수준이나 성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해커가 만든 모바일 보안 '에스이웍스' 글로벌 No.1 노린다
스미싱 공격을 염려하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라면 이미 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미싱 방지 앱 '스미싱가드'는 올해 스미싱이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출시돼 주목을 받았다.
이 앱을 만든 회사가 바로 에스이웍스(대표 홍민표)다. 모바일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 에스이웍스는 화이트 해커인 홍민표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회사다. '해커 월드컵'이라 불리는 데프콘에서 본선 진출한 '와우해커그룹' 멤버들이 함께 창업했다. 현재 직원 수는 11명이다.
아직 스타트업이지만 내공은 무시할 수 없다. 해커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기업인 만큼 일반 개발자보다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을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7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퀄컴벤처스로부터 각각 15억 원, 5억 원씩 총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진출했다. 코트라 스마트그로스(Smart Growth)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GSIIP 등 두 개 사업의 스타트업 지원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에스이웍스의 주력 제품은 '메두사 헤어'라는 모바일 앱 보안 서비스다. 메두사 헤어는 바이너리 레벨의 난독화 기술을 통해 이미 개발이 끝난 앱을 보호해준다. 어느 회사가 개발한 앱을 다른 회사가 복제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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