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 도메인 이용한 제휴 마케팅, 도덕성 논란

영문 도메인 주소를 입력하다 오타를 낼 경우 의도하지 않은 제3의 사이트로 무단 이동되는 사례가 빈발, 네티즌이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사례1

아이뉴스24 홈페이지(www.inews24.com)로 가려다가 wwww.inews24.com로 오타를 내면 맥스무비와 제로마켓 홈페이지로 자동 이동한다.

＃사례2

홍익대학교(www.hongik.ac.kr)로 가려다 wwww.hongik.ac.kr로 오타를 내면 역시 맥스무비와 제로마켓 홈페이지로 자동 이동한다.

이런 현상은 한 도메인 소유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에 부가된 '자동인식기능'을 활용, 트래픽을 끌어가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도메인 소유자는 일부 인터넷 제휴 마케팅 업체와 손을 잡고, 이런 방식으로 끌어모은 트래픽을 몇몇 일반 인터넷 사이트에 몰아준 뒤, 그에 대한 대가로 클릭당 4원 정도의 대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네티즌 권리를 침해하는 비도덕적인 사업이라는 주장과 IE 기능을 정당하게 활용한 것일 뿐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 방식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곳은 '도동'이라는 도메인 동호회 회원들. 도동 회원들은 ".com.co.kr과 .kr.net 등 두 개의 도메인 주소를 동시에 소유한 한 도메인 소유자가 IE의 자동인식기능을 이용하고 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E는 등록되지 않은 도메인이나 '낙장'(폐쇄)된 도메인이 주소창에 입력되면 자동인식시스템이 가동돼 도메인 주소 뒤에 자동적으로 .co.kr이나 .com, .net 등의 다른 확장자가 붙는다.

한국 MS 홍보팀 인혜란 대리는 "이 기능은 주소를 틀리게 친 네티즌에게 빠르고 편하게 원래 주소를 찾아주기 위한 편의 기능"이라며 "현재 널리 사용되는 IE 6.0 버전에 이 자동인식기능이 탑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com이나 .kr로 끝나는 도메인 중 영문 주소가 잘못 입력되면 .com 뒤에는 .co.kr이 .kr 뒤에는 .net이 붙는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com.co.kr과 .kr.net을 소유한 도메인 소유자의 서버로 이동하게 된다.

특히 이 도메인 소유자는 제휴마케팅 업체인 링크프라이스의 코드를 통해 이를 맥스무비, 제로마켓 등 홈페이지로 이동시키고 해당 업체들로부터 트래픽에 대한 대가로 과금액을 취해 링크프라이스와 나눠 갖는다.

과금액은 대략 한 건 당 4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kr이나 .com으로 끝나는 주소 중 등록되지 않은 도메인이 입력돼 업체 홈페이지로 자동 이동되면, 네티즌은 원치도 않게 한 업체의 트래픽을 올려주는 셈이다.

이 업체들은 링크프라이스와 CPC(클릭당 과금) 방식으로 제휴를 맺고 있다.

현재 이런 방식으로 자동 이동되는 사이트는 맥스무비와 제로마켓 외에도 하프클럽, 동대문닷컴 등 4개다.

동대문닷컴은 이 사실을 보고받고, 이 방식으로 접속이 안되도록 차단한 상태이나, 나머지 업체들은 현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도덕적 돈벌이 vs 정당한 수익 모델

도메인 동호회 회원들은 이 사업 모델 자체가 네티즌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도메인 소유자-제휴마케팅 업체-홈페이지 소유사가 서로 제휴해 네티즌의 '불편함'을 담보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도메인 사업자와 제휴마케팅 사업자에게는 클릭당 과금액을 취할 수 있고, 홈페이지 소유 업체는 자사 트래픽이 상승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동대문닷컴 홍희동 본부장은 "링크프라이스로 인해 유입된 트래픽은 전체 트래픽의 약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난 주 목요일 오전 이 사실을 보고받고, 즉시 접속이 안되도록 차단했다"고 말했다.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 역시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보고를 받은 즉시 링크프라이스에 지금까지의 트래픽 자료를 모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링크프라이스 측은 현재 내부 임원들이 모두 회의 중이라며,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떤 답변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메인 동호회 한 회원은 "이 방식은 한 도메인 소유자가 .com.co.kr과 .kr.net 이라는 두 개의 도메인을 정당한 방법으로 소유해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이와 같이 도메인을 활용한 사업 모델이 일반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원은 "네티즌들에게 플러그인을 설치케 하는 식의 강제적인 방식이 아니라 IE의 자동인식기능을 자연스레 이용하고 있는 것인 만큼 불법이나 비윤리적인 요소를 찾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부 요청에 따라 이번 건에 대해 검토한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특별한 위법요소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진충희 팀장은 "자동인식기능은 IE 6.0 버전이 가진 하나의 편의기능일 뿐이고, 이를 활용했다고 해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얼마 전 출시된 IE 7.0 버전에는 자동인식기능이 없는 만큼 네티즌들의 불편함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