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여야가 추석 이후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법안심사에 돌입하는 만큼 그 본게임인 예산 정국으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만성적인 세수결손으로 적자재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세수확보 대책과 예산안의 사용처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치가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를 통해 올해보다 11조3천억원 증가한 386조7천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전년 대비 증가분 3%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국가채무가 50조원가량 증가한 645조2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진입할 전망이다. 국가살림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곳곳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추가경정예산과 기금변경예산을 감안하면 실질 증액분은 20조6천억원, 올해보다 5.5% 증가하는 확장적 편성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예산 상당 부분을 청년일자리, 민생안정, 경제혁신, 문화융성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재정건전성 확보 대책으로는 부처내외 유사 중복사업을 통폐합하고 보조사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같은 재정효율화로 연간 2조원가량을 확보하고 이 금액을 청년일자리와 서민생활 지원에 재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소심한 예산안 비판 속 공약파기 논란 불붙나
여야는 정부의 이같은 재정편성이 지금과 같은 경기위축 국면에 비춰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인식을 같이 한다. 일자리 확충과 중소기업 지원 등 경기부양을 위해 확장적 편성이 필요했다는 시각이나 각론에선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국회 예결산특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정부의 예산안 발표 직후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한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갑을 닫는다는 신호를 줄 경우 경기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인식을 두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기 위해 재정건전성은 지켜야 한다"며 "여당이 너무 나서 확장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일단 청와대와 정부에 힘을 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세수결손 보전을 위한 법인세 정상화, 대기업 조세감면 폐지 등 세법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한 정부가 예산부족을 빌미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누리과정과 고교무상교육 등 복지예산을 지난해 이어 또 다시 전액 삭감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포기한 데다 재정파탄까지 야기한 무대책 예산"이라며 "복지와 교육 분야를 홀대하기까지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올해 예산안은 여야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극심하게 대립할 경우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2일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쳐진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법정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인 만큼 여야가 타협점을 도출하지 않을 경우 정부안대로 처리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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