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등 관광객의 유입이 활발한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경기전망지수는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천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기업경기전망지수는 기준치를 밑도는 81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BIS는 88, 4분기는 87을 기록한 바 있다.
기업 체감 경기를 뜻하는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보다 다음 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올해 1분기 BIS 지수 조사 결과, 제주가 유일하게 111로 기준치를 상회했다.
대한상의측은 "중국경기 둔화전망과 함께 더딘 내수회복이 전국체감경기 하락세의 이유"라면서도 "최근 중국인 러시에 한국인의 '제주살이' 열풍이 가미된 제주에 소비·투자 증가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가 가장 먼저 체감경기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제주 인구는 5년전에 비해 11%가 증가해 도내 소비심리와 건설경기 호조세를 이끌고 있다. 제주상공회의소측은 "제주신화역사공원, 영어교육도시 등 대규모 공공건설사업과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기업의 제주이전이 경기전망을 밝게 한다"며 "여기에 지난해 최초로 1천300만 관광객을 돌파할 정도로 세미나, 수학여행 같은 단체관광이 증가한 것도 경기전망 호조세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IT, 자동차 관련 기업이 많은 충청권 BSI는 8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 조선업체가 많은 호남권(77), 대구경북권(67)은 상대적으로 향후 경기를 어둡게 봤다.
수출기업 BSI는 88로 지난 분기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으며, 내수기업은 80으로 전분기 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은 79로 중소기업(82)보다 낮았다.
중국 외에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다 보니 제조기업들은 사업의 갈피를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세웠느냐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5.7%만이 '계획을 세웠다'고 했고, 44.3%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계획의 이유로 기업의 72.6%는 '불확실한 경제여건'을 꼽았다.
남재현 고려대 교수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짙어 소비와 투자 모두 침체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어려울수록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시계를 갖고 혁신에 나서야 하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내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로는 ‘소비심리 회복’(38.2%), ‘규제개선’(21.0%), ‘창조경제 활성화’(19.4%), ‘노동개혁’(13.7%), ‘금융개혁’(5.6%) 등을 차례로 꼽았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난해 말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기업인들의 심리를 살려 투자와 생산 회복이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내수활성화 정책이 지속되고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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