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이 곧 결정된다. 이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DR은 지난 1970년 발동된 국제준비통화의 하나로서, IMF의 운영축인 금과 달러를 보완하기 위한 제3의 세계화폐로 간주된다. IMF 회원국의 달러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 꺼내쓸 수 있는 준비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IMF 집행이사회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위안화의 SDR 편입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위안화의 SDR 편입에 걸림돌이었던 통화의 자유로운 사용 여부 조건이 충족됐으며, 미국도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위안화의 SDR 편입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금융굴기' 시대 열려…상징적 의미 커
당장 단기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편입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시행은 내년 10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 허재환 애널리스트는 "SDR 규모 자체도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며 "SDR이 전 세계 준비자산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SDR에서 위안화 비중이 15%가 돼도 실제로 늘어나는 위안화 수요는 전 세계 준비자산의 0.35%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또한 SDR의 특성상 실물거래에 사용되는 통화가 아닌 개념상의 가상화폐이므로 위안화 편입으로 당장 큰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국 달러 중심의 금융시스템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SDR 편입이 '위안화 국제화의 진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이벤트'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굴기(金融屈起, 금융대국으로 우뚝 섬)'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NH투자증권 안기태 애널리스트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에 대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나름 인정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SDR 편입을 도와줌으로써 미국과 중국 등 선진2개국(G2)이 재정정책 공조를 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SDR 편입 후 중국 금융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위안화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 김진명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위안화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위안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포트폴리오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경제에 득·실 엇갈려…中 생산기지 우려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위안화 허브로서의 한국 금융시장 위상 제고, 중국 자금의 한국시장 진출, 중국과의 무역·금융 결제 거래비용 감소, 대중국 서비스 팽창 수혜 등이 기대된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진행 과정에서 한국을 주요 허브 중 하나로 활용할 방침"이라며 "중국 금융시장의 위상 제고에 맞춰 위안화 허브로서 한국 금융시장도 동반 팽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에 맞춰 위안화 직거래 시장과 위안화 청산소가 개설됐고,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가(RQFII) 한도도 확대된 상황이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활발해지면, 중국과의 무역·금융을 결제할 때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고 다시 위안화로 바꾸는 데 따른 거래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금융과 함께 내수산업이 성장하면서 여행, 레저, 미디어, 헬스케어 등의 한국기업 수혜도 점쳐진다.
반면 위안화 대체제로서의 원화 수요가 감소하면서 원화 가치에는 부정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의 김진명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위안화의 대체 헤지(프록시헤지)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었으나, 위안화에 대한 직접 투자 수요가 강해지면 국내 자금 유입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의 윤창용 애널리스트는 "이미 중국의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으로 가공무역 수출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까지 재개될 경우에는 수출가격 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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