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작년에 증권업계에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서 1천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해 제2의 키코(KIKO) 사태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저유가 상황에서 올해도 추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무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원유 DLS 발행 및 상환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증권사의 원유 DLS 손실액은 1천117억원으로, 평균 13.5%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12월에 만기를 맞은 원유 DLS는 발행액을 기준으로 8천257억원이었고, 이중 실제 투자자들이 돌려받은 돈은 7천140억원이었다.
신 의원은 "작년에 발행된 원유 DLS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만기가 돌아와 저유가와 맞물려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원유 DLS는 투자기간 동안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기준이 되는 국제 유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미리 약속한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했을 때 국제 유가가 가입 당시의 40∼60% 이하로 내려가면 이론상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증권사별로 나눠보면 각 사별 원유 DLS의 손익률 편차가 매우 컸다. 가장 큰 손실은 미래에셋증권에서 났다. 미래에셋증권은 946억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상환액은 412억원에 그쳐, -56.5%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이어 유안타증권(-23.8%), 대신증권(-17.1%), 신한금융투자(-14.4%), 현대증권(-10.2%), KDB대우증권(-7.4%)도 성적이 저조했다.
반면 하이투자증권(2.3%), 삼성증권(1.6%), 하나금융투자(1.0%), 한화투자증권(0.7%) 등은 저유가 추세 속에서도 미미하나마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작년 원유 DLS 발행액은 대우증권이 2천98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NH투자증권(1천862억원), 대신증권(1천215억원), 현대증권(849억원), 신한금융투자(774억원), SK증권(521억원), 하나금융투자(514억원) 순으로 발행됐다.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급락 여파로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우려가 부상하긴 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사안이다.
그러나 원유 DLS는 작년에 이미 원금 손실이 발생했고, 올해는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신학용 의원은 "최근 ELS, DLS 등 파생결합증권의 대량 원금 손실 사태가 현실화함에 따라 제2의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사태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융 당국이 파생상품 대중화 이면에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키코 사태란, 수출중소기업들이 환율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과 계약해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에 다수 가입했다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환율 급등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대거 손해를 보며 피해를 입은 사태를 말한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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