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하이얼의 GE 가전사업부 인수에 대해 18일 증권가 전문가들은 북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힌 국내 업체에 크게 위협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지난 15일 GE는 생활가전 사업을 글로벌 1위 생활가전 업체인 중국 하이얼에게 54억달러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GE는 지난 2014년 9월 일렉트로룩스에 생활가전 사업부를 33억달러에 매각했으나, 미국 독과점금지법에 따라 계약이 무효화되면서 하이얼, 메이디 등 중국업체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KB투자증권 김상표 애널리스트는 "GE는 가전 매출 대부분이 북미에서 발생하고 있는 북미 4위 가전업체로 하이얼의 GE 생활가전 인수는 북미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의 북미 생활가전 시장 점유율은 1.1%에 불과하기 때문에, GE 인수를 계기로 북미를 포함한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얼은 지난 2011년 파나소닉으로부터 산요전기의 냉장고, 세탁기 부문을 인수했고, 2012년에는 뉴질랜드 피셔앤페이켈(Fisher & Paykel)을 인수하기도 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하이얼의 장루이민 회장은 그동안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며 "GE와의 공조체제 및 브랜드를 확보한 하이얼의 북미 시장 진출은 북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가전업체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쟁 심화 요소"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수는 있지만 당장 한국 업체에 위협 요인은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하이투자증권 송은정 애널리스트는 "하이얼의 GE 가전 인수가 당장 북미 가전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가전시장의 점유율은 월풀, GE, 삼성과 LG, 일렉트로룩스가 각각 38%, 20%, 30%, 14%로 고착화돼 있는 상황인데, 미국 시장 자체가 고사양 가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여서 가격 경쟁력 보다는 브랜드 및 제품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GE는 전통적으로 고사양보다는 범용의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월풀과 삼성·LG, 일렉트로룩스 같은 고사양 브랜드 사이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시킬 가능성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조성은 애널리스트도 "미국 시장에서 GE 가전은 월풀, LG 전자, 삼성전자와 같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와도 큰 격차가 있기 때문에, GE 브랜드의 시너지 효과는 오히려 미국보다는 신흥 시장의 저가 수요층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하이얼이 수년간 투자보다는 매각을 준비해왔던 GE 가전의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능력을 강점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특히 북미 프리미엄 가전제품 판매에서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LG전자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LG전자의 준비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유진투자증권 윤혁진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가장 강점을 보이고 있는 프리미엄 세탁기에서 GE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으며, 최근 LG전자가 초고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발표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하이얼이 북미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기 때문에 피해는 최소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GE 가전사업부 인수 가격 덕분에 LG전자 주가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다.
GE의 가전부문이 세전영업이익(EBITDA) 대비 10배의 가격으로 팔렸는데, LG전자 주가의 경우 EBITDA 5.6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 김록호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 건으로 LG전자의 가전 부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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