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내 정보보안업계가 말 그대로 실적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 대부분이 수년째 매출에 큰 변화가 없는데다 일부는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전 실적이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나아보이는 일종의 기저 효과에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정보보안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내 보안 기업들이 지난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SK인포섹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보안사업의 경우 원격관제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연초부터 이어진 컨설팅 사업 호조가 작용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업무프로세스아웃소싱(BPO) 전문기업 비젠을 인수합병(M&A)한 효과가 컸다. 그 결과 매출액은 1천578억 원, 영업이익은 23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50.6%, 104.7%가 증가한 수치다.
다른 기업들은 눈에 띄는 실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안랩은 작년 매출액 1천344억 원, 영업이익 11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0.7%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32.6%가 늘어났다.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전 실적에 따른 기저 효과가 컸다. 안랩의 영업이익은 2013년 40억 원 이하까지 낮아졌고 2014년 90억 원이었다. 매출액은 2012년 이후 1천300억 원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윈스는 매출액 648억 원, 영업이익 8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688억 원)은 5.7% 줄었고 영업이익(62억 원)은 27.8%가 늘었다. 보안관제 등 서비스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2013년 당시 매출액 724억 원, 영업이익 124억 원에는 여전히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글루시큐리티는 원가절감 노력으로 2014년 영업손실 86억 원에서 2015년 27억 원으로 적자폭을 줄였지만 3년째 적자를 이어갔다.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2.8% 떨어진 5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소프트포럼에서 이름을 바꾼 한컴시큐어도 지난해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19.9% 떨어진 14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이 8억 원을 넘었다. 데이터 암호 및 공개키기반구조(PKI) 제품군의 수주 하락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솔넥스지는 지난해 매출액은 4.4% 올랐지만 영업이익이 63.9%나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54% 감소했다. 한솔넥스지 측은 "사물간통신(M2M), 방화벽 등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에 기인한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적자를 지속해온 라온시큐어는 작년 매출액 124억 원, 영업이익 7억 원을 기록하며 겨우 흑자 전환했다. 파이도(FIDO) 기반 생체인증 솔루션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파수닷컴과 시큐브의 경우 아직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큰 폭의 실전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보보안업계의 상황이 좋지 못한 건 무엇보다 기업들의 보안 투자 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안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예산은 쉽사리 늘지 않고 있는 것.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8천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보보호에 투자하는 기업은 전체의 18.6%에 그쳤다. 10개 기업 중 2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IT 예산 중 정보보호예산 비중이 5% 이상인 기업도 고작 1.4%로 나타났다.
업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정보보호산업진흥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악성코드 분석 업데이트 등 정보보호 사후대응 서비스에 대한 적정대가가 지불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가 마련되며 이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보안업계는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보이고 있는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매출 성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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