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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 회장 "기회는 있다, 사업 구조 바꿔라"


LG 경영진에 구조 재편 강도 높게 주문…경영진 마라톤 회의

[박영례기자] "더는 미룰 수 없다."

구본무 LG 회장이 어느 때 보다 강도 높은 사업 및 수익 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장기화 되면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이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은 전년보다 줄줄이 악화됐다. 올해 상황도 녹록치 않다. 선제적인 구조 개편 등 대응에 실기하면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재계 전반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이 같은 위기 속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전방위 확산 등이 산업의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 이에 대비한 선제적인 사업 재편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도 구본무 회장이 이를 직접 챙기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 회장은 27일, 28일 양일간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갖고 LG 최고경영진에게 선제적인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구본무 회장은 "글로벌 경영 환경과 경쟁 양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절박함을 갖고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구 회장은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과 시장의 흐름에 맞게 우리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주문했다.

이어 "기회도 있는 만큼 생산, R&D, 마케팅 등 모든 경영 활동을 재점검하고 혁신해 차별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저와 여러분이 앞장서서 끝까지 실행,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앞서 신년사에서도 "산업 구조의 변화와 경쟁의 양상을 정확히 읽고 우리의 사업 구조 및 방식을 면밀히 파악해 근본적으로,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올해 추진 과제로 ▲사업 구조 고도화 ▲사업 방식 혁신 ▲철저한 실행과 실질적인 변화 등 3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LG, 프리미엄·B2B 중심 사업구조 고도화 추진

실제로 LG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주력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신성장사업을 통한 사업 구조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사업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고,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등 B2B사업을 중심으로 신성장사업을 집중 육성,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의 경우 주력사업인 올레드 TV, 울트라HD TV, LG 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를 통해 매출 증대와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고, 스마트폰 역시 G시리즈, V시리즈와 함께 보급형 모델의 디자인과 라인업,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부가가치가 높은 올레드 패널의 생산성 향상과 시장 수요 확대 대응을 위해 LG디스플레이의 올 한해 설비투자 4~5조 원 중 절반 이상을 올레드에 투자, 미래 준비 및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기초소재, 정보전자소재 분야에서 기술차별화 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수익성과 고객기반 강화를 동시에 꾀할 방침이다.

자동차 부품, 에너지 솔루션 등 B2B사업 육성을 통한 신성장 사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한다.

자동차 부품 사업의 경우 LG전자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등 수주 사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미래 자동차 핵심부품 개발사'로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 역시 전기차 배터리의 수주 및 글로벌 생산체제를 확대, 친환경차 시장 성장에 적극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또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골자로 한 파리협정 타결로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라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 효율적 사용에 이르는 '완결형 밸류 체인' 속 제품과 서비스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가와트시(GWh) 규모 전력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세계 첫 체결한 바 있는 LG화학은 전력망 및 주택용 ESS 배터리 라인업 강화로 시장 주도권 및 경쟁 우위를 계속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도 태양광 사업 투자를 확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효율 프리미엄 태양광 모듈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또 LG CNS는 축적된 ICT 기술력을 활용,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분야에서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 조성사업'등과 같은 운영 사례를 확보, 국내외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소재, 부품 분야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LG화학은 세계 5개국,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단독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수처리 필터 사업 확대에 나서는 한편, 동부팜한농 인수로 농화학 관련 사업을 에너지, 수처리와 같은 미래 신사업으로 삼아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도 디지털 기기의 슬림화, 소형화에 따라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소재/소자 사업을 제2의 신사업으로 육성한다.

◆LG 최고경영진, 이틀간 20여 시간 '끝장 토론'

LG 최고경영진은 이번 전략회의 이틀간 20여 시간에 걸쳐 이 같은 글로벌 경제와 산업의 환경 변화 속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심도 있게 토론했다.

미국 금리인상, 유럽 양적완화 확대, 중국 위안화 절하 등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신흥국 여파 등으로 환율 및 국제 금융시장의 면밀한 관찰은 물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특히 고령화 및 저출산, 가계부채 증가, 내수부진 등으로 인한 장기 저성장시대를 대비해 무엇보다 적극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한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모았다.

반대로 ICT의 융합 발전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조성,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회요인도 큰 만큼 융·복합 연구개발(R&D)을 강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핵심기술 확보 및 가능성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경쟁력을 집중 강화하기로 했다.

LG관계자는 "어려운 사업 환경 가운데 적극적인 미래 준비와 차별화된 고객가치에 집중해 시장을 선도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CEO들이 장시간 진지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략회의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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