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사랑받는 SK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 사면으로 출소하면서 국민들을 향해 남긴 첫마디다.
국민들에게 송구함을 표하며 고객을 숙였던 최 회장은 그로부터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혼외자 고백'으로 SK그룹을 다시금 오너리스크에 빠지게 했다.
대한민국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도약을 위해 바쁜 걸음을 움직였던 지난 연말, 최 회장은 느닷없이 한 매체를 통해 항간에 떠돌던 혼외자 존재를 인정하고,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후 SK그룹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시장 불안이 커지는 등 사태는 겉잡을 수 없는 양상이다. "이혼을 원치 않는다"는 노 관장의 결심이 바뀌면 재산 분할 등으로 SK그룹의 지배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의 공개된 재산은 약 4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통상 혼인 기간이 20년을 넘길 경우 결혼 후 형성된 재산은 원칙적으로는 절반씩 분할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SK 계열사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SK(주) 주가는 25만4천원에서 24만1천500원으로 5.11% 급락했고,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주가 역시 각각 9.56%, 5.42% 동반 하락한 것은 이같은 지배구조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감을 대변한다.
최 회장의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SK그룹을 바라보는 여론도 싸늘하다. 특별사면 이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현장 경영에 나서며 그간의 '오너리스크' 불식에 나선 최 회장의 행보나, 청년일자리 창출 등에 공들여온 SK그룹의 노력도 한 순간에 허사가 될 판이다.
지난해 정부가 최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강조한 것은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이었다. 최 회장 역시 "국민들의 바람인 국가발전과 경제활성화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 화답했다.
실제로 특별사면 이후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갔던 최 회장이지만 그날 이후 공개석상에 나서기를 자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신년인사회 자리에도 불참했다.
지난 4일 SK그룹의 신년 시무식에는 3년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패기를 앞세워 경영위기를 극복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그 메시지가 임직원들에게 얼마나 와 닿았을 지는 알 수 없다.
SK그룹은 수장의 '개인사'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과연 최 회장의 돌발 고백을 '오너의 사생활' 정도로 치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 회장 개인의 '로맨스'를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공인에 앞서 분명 그도 개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재계 3위 그룹 수장의 위치라면 개인사보다 그가 짊어진 사회적 책임과 그 무게를 먼저 고민하고 신중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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