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신세계그룹이 3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정유경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 남매의 눈치전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부회장 승진 1명, 사장 승진 3명, 신규 대표이사 내정자 4명, 승진 57명, 업무위촉 변경 20명 등 총 85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승진 대상 명단에 정유경 부사장은 이름을 올렸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현재 자리 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정용진 부회장과 여동생인 정유경 사장 남매가 이끌고 있지만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상당한데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이명희 회장이 대주주로 18.2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7.32%, 정유경 사장은 2.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신세계의 오너일가 지분율도 이마트와 동일하다.
재계에서는 이명희 회장의 나이가 올해 만 72세로 후계 작업에 조금씩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세계의 완료되지 않은 후계 정리 작업을 두고 남매간 계열분리가 될 지, 정용진 부회장 통합승계가 될 지 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마트 등 할인점 부문은 정용진 부회장이, 백화점 사업은 정유경 부사장이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뤄진 신세계와 이마트 분할 작업이 이를 염두에 두고 추진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의 후계 정리 작업은 재계의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명희 회장이 정 부회장과 정 사장에게 지분을 증여하고 세금은 물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으로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정 부회장과 정 사장은 지난 2006년 아버지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당시 6천870억 원 상당의 신세계 주식 147만 주를 물려받았고 이듬해 3천500억 원의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했다.
만약 남매가 이명희 회장이 보유중인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지분가치 1조5천285억 원)을 모두 증여받을 경우 증여세로 7천억~8천억 가량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신세계그룹에 대한 오너가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을 분할하는 방식을 통해 남매가 각 신설 회사들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게 함으로써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들 남매가 지주부문 주식과 사업부문 주식을 교환해 지주부문 지분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남매가 지주부문, 사업부문, 사업부문 자회사 등의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지분 증여를 계속 늦추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남매에 대한 경영 능력 검증이 덜 끝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 만 47세인 정 부회장과 만 43세인 정 부사장은 일찍부터 그룹 경영에 참여했으나, 전면에 나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정 부회장과 달리 동생인 정 부사장은 대외적 활동을 극히 자제해왔다.
이 탓에 그동안은 남매 분리경영의 메리트가 없을 것으로 보고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부회장의 통합 경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특히 정 부회장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신세계와 주력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지주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던 것.
그러나 이날 정 사장이 6년 만에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 회장이 남매간 계열 분리로 후계 작업의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등 다른 사업보다 이마트나 먹거리 사업에만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정 부회장과 달리 정 사장이 백화점 사업의 전략과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그동안 패션·화장품·백화점 등의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왔다. 특히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식품관을 성공적으로 리뉴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승진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이 확대돼 장차 백화점을 맡아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 사장이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서 앞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두 남매간의 불꽃 경쟁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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