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기자] 방송콘텐츠와 관련된 저작권 갈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사업자들간의 재송신(동시중계방송권) 분쟁의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TV 사업자들간 재송신 분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울산지방법원의 판결이 분쟁의 해결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당장 재송신 협상 해결점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울산지방법원은 울산방송(UBC)과 SBS가 케이블TV 방송사인 JCN울산중앙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지상파재송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JCN에 CPS 280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손해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지법은 UBC의 동시중계방송권과 SBS의 공중송신권 및 동시중계방송권 등 지상파재송신과 관련된 권리를 인정했지만 유료방송사가 가입자당 280원을 제공해야 하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지상파 소송의 대응차원에서 재송신에 따라 지상파방송사들도 부당한 방송광고 수익을 올렸다며 이에 대해 반환할 것을 청구했다. 울산지법은 이 역시 방송광고에 따른 부당이익은 있지만 수익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울산지법의 판결에 대해 법원이 지상파의 공중송신권과 동시중계방송권을 인정하면서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제공해온 재송신료(CPS 280원)이 일률적으로 적용할 통상이용료가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에 광고 등의 부당이익에 따라 제공해야할 금액을 명확히 확정할 수는 없지만 SO의 재송신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부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김인철 상명대 콘텐츠저작권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은 방송의 재송신 문제는 법적 권리가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인접권자)의 손을 들어준다 하더라도 결국 사태의 해결은 양 측의 합의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협의체가 마련돼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TV 진영은 재송신과 관련해 수십 건의 소송전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을 겪고 있다.
정부는 방송시장에 끊임없이 발생하는 분쟁조정을 위해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의체를 발족했지만 협의체를 통해 어떤 성과가 나타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협의체는 지상파방송 재송신 관련 사항을 논의하고 추후 공청회 등을 통한 사업자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으로,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 선정한 서울대 경제학과 전영섭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는 협의체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추후 협의체가 건의한 사항을 고려하여 재송신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울산지법의 판결내용도 협의체에 보고했으며 연내 공청회를 열고 수렴된 제도개선 방안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이 협의체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은데다 복잡한 저작권 이슈를 다루면서도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을 포함하지 않는 협의체가 내놓을 결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연매출 2조5천억원(2014년 기준)에 달하는 IPTV 방송 3사가 지난 2008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가수 및 연주자 등 음악실연자와 음반제작자 등에게 지급하지 않은 방송보상금은 약 100억원대에 달한다는 국감 자료를 내놓았다.
방송보상금이란 실시간 방송 서비스의 음반사용에 대한 음악실연자의 출연 기회상실과 음반제작자의 음반판매 감소를 일부 보상하는 취지로, 방송보상금 수령지정단체와 방송사업자가 매년 협의를 통해 적정수준의 보상금을 산정해 지급하도록 된 보상금을 말한다.
저작권법은 방송사업자가 판매용 음반을 사용해 방송하는 경우 음악실연자, 음반제작자에 대해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방송 3사가 새로운 형태의 방송사업자라는 논리로 방송보상금 납부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인철 교수는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주장을 양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협상자들이 포함돼야 하며, 특히 저작권 전문가들이 협상테이블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가 구성한 재송신 협의체에는 저작권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료방송 업계는 울산지법의 결정에 따라 향후 지상파의 부당이득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에 협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분쟁은 당분간 평행선을 계속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