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조석근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이던 제 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불발로 끝남에 따라 현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정책의 밑그림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해 통신사업자들간 경쟁을 일으키고 이를 발판으로 요금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통신정책 전반의 재점검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 조규조 통신정책국장은 29일 오후 3시30분 정부 과천청사에서 개최한 '제4이동통신 허가심사 결과' 브리핑에서 "허가를 신청한 3개 업체 모두 허가적격 기준(70점)에 미달해 기간통신 사업 허가대상법인을 선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심사는 법률·경영·경제·회계·기술 분야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퀀텀모바일, 세종모바일, K모바일 등 3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이동통신사업자(MNO)란 전국에 통신 망을 직접 깔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정부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이어 네번째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해 경쟁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전국적인 설비구축이 필요한 이동통신사업자는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MVNO) 사업자와 달리 수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필요하다.
◆제4이통 적임자 찾기 '7수'도 실패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심사까지 포함해 총 7차례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
특히 정부는 제4이통 사업 도전에 기업들이 적극 나설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5㎓ 대역 외에 2.6㎓ 대역도 선택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
그럼에도 사업권에 도전한 3개의 컨소시엄 모두 기간통신역서비스(역무) 능력(40점), 재정적 능력(25점), 기술적 능력(25점), 이용자보호계획의 적정성(10점) 등에서 총점 70점 이상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심사결과 퀀텀모바일은 총점 65.95점, 세종모바일은 총점 61.99점, K모바일은 총점 59.64점을 얻었다.
◆재무안정성 신뢰 못얻어
심사결과를 보면 3개의 컨소시엄은 재정적 역량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회는 3개 신청법인 모두 전반적으로 자금조달 계획의 신뢰성 및 실현가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울러 망 구축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사업준비가 미흡하다고 결론 내렸다.
퀀텀모바일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사항을 제시하지 못했고 사업권 획득 후 1년 이내에 85개 주요시도(인구기준 92%)에 망을 구축한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정적인 부문에서도 청문과정에서 일부 주요 주주의 출자금이 허가 신청시 내용과 상당 부분 다른 점이 확인되는 등 심사위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세종모바일의 경우 전국망을 단계적으로 확대 구축하지 않고 서울 및 경기 일부 지역(26%)만 망을 구축해 상당기간 망 구축 없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제시해 허가 및 할당 취지와 다른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적 능력 부문에서도 주요 주주의 재무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 계획의 실현가능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K모바일의 경우 심사위는 설립자본의 원천인 해외자본의 조달계획이 불확실하고 소유구조가 불투명해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매우 낮은 평가를 받게 됐다.
◆통신 경쟁정책 재검토 불가피
이에 따라 미래부의 통신 경쟁정책은 원점에서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이후 7차례 제4이통사업자 선정 추진이 불발로 끝남에 따라 앞으로도 강력한 경쟁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은 제 4이통 불발에 따라 2.5㎓ 대역과 2.6㎓ 대역을 포함한 경매계획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날 조규조 국장은 "그간 허가기본계획을 통해 주파수 우선할당, 망 미구축지역 로밍 제공 등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하는 등 신규사업자 진입장벽 완화를 적극 추진해 왔으나, 심사결과 적격 법인이 없어 아쉽다"면서 "앞으로 통신시장 경쟁 환경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허가정책방향을 재정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제 4이통 사업을 재추진할지 여부는 상반기중 결정하겠다"면서 "알뜰폰 활성화 등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선 알뜰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가계통신비 부담 줄이기와 데이터 활성화 등에 따른 데이터요금제 손질을 통해 통신요금 경감 방안을 찾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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