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시청률과 광고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VOD,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예전만큼 TV앞에 오래 있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방송광고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7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다매체 시대 공공성 확보와 지상파방송정책-방송광고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방송광고정책 사이의 함수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광고제도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상파 광고와 관련,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복수미디어랩(광고판매대행사) 도입,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훈 교수는 "한미FTA 체결로 외국의 유력 콘텐츠 사업자들이 진입하거나 미국의 미디어랩이 진출을 시도할 경우 방송광고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방송광고 판매제도가 자유시장 경쟁체제에 맞게 복수 미디어랩 체제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교수는 또 "국내 지상파TV 방송광고 허용량은 1일 평균 16.7%지만 사실상 14%만 집행되는 것은 현행 제도 내에서 효율적인 광고 집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며 "규제 완화 차원에서 (광고)총량제를 바탕으로 한 중간광고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시대 방송광고의 효율적 운용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여송필 연구위원은 "디지털방송시대에는 다양한 광고 형태가 구현될 수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T커머스나 데이터방송 활성화를 언급했다.
◆방송광고 규제 완화-지상파 공공성 관계, 역함수인가 아닌가
이어진 토론시간에서 이종민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통융합 시대에는 방송사업자가 거대한 자본력과 마케팅 역량으로 무장한 통신사업자와 싸워야 하는데, 지상파에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유지돼 왔다"며 "간접광고나 PPL, 가상광고, 광고 요금 인상을 수용하는 측면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의 구자중 광고기획부장은 "재원이 충실해야 공공성도 잘 지켜질 수 있으므로 중간광고 도입은 불가피하다"며 "이제 토론보다는 정책당국의 실행의지가 작용할 때"라고 말했다.
제일기획의 박정래 미디어전략연구소장은 "미디어를 소비하는 환경이 바뀌면서 시청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며 "광고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풀되, 시청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시청자 복지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주협회 김기원 상무는 "사업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하면 광고 사전심의제도 개선, 중간광고 도입, 총량제 도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코바코의 독점 체제 해소도 빨리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장논리의 도입을 곧바로 '개선'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정연우 정책위원은 "지상파 방송의 위기를 논하면서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원을 마련하더라도 공공성이 희생될 경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우 정책위원은 "지상파가 콘텐츠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청자는 케이블 방송과 구분하지 못하면서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이 경우, 지상파는 PP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며 "지상파가 일반PP, 해외PP와 차별화된 공적 위상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위원회 정책2부 김미정 선임조사관은 "지상파의 시장지배력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고 해외 여러 나라에서 중간광고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위원회는 이를 어떻게 시청자 권익과 조화시킬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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