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정부가 공공정보화 사업에 대한 '분할발주'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주 사업자인 중견 IT 서비스 기업과 입장차가 크다.
설계과 구현을 구분해 발주하는 분할발주 제도가 '소프트웨어(SW) 제값주기'를 실현하는 수단이라 보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중견 IT 서비스 기업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못 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이 10억원 이상 공공SW사업은 분할발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프트웨어산업법 일부법률개정안'를 발의하면서 법제화 추진 움직임까지 일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14일 SW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달청을 필두로 5개의 분할발주 시범사업이 추진중이다. 'e-발주지원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 통합회계시스템 구축' '민원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설계용역' '나라장터 고도화 사업' '광명시 홈페이지 구축사업' 등이다.
◆중견 IT 서비스 "현실성 없다"
중견 IT 서비스 기업들이 분할발주 제도에 반기를 드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예산 구조상 설계와 구현 예산을 따로 확보하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중견 IT 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기란 어렵기 때문에 구축(구현) 사업을 맡는 업체가 설계를 수정하는 일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예산은 그대로) 구축 사업자가 설계 비용까지 떠안아 프로젝트 품질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주자 입장에서 사업 결과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어려워지고, 다수의 계약자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계약 관리가 불편해진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당장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반대 이유 중 하나라는 말도 있다. 기본적으로 분할발주 시 '알박기' 수법 등을 막기 위해 설계 사업자가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사업비 배분은 설계 사업 30%, 개발 사업 70%다.
업계 관계자는 "구축 전문인 IT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개발 사업을 수주해야 하니 설계 사업 수익은 포기해야 하는 셈"이라며 "실무자보다는 경영진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키우고, 전문기업 기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비롯한 업계 전반적으로는 분할발주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분할발주로 발주자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고 사업자가 일한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다. 그 동안은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현사업이 진행돼 과업 변동이 잦은 데다 이에 대한 적정대가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액센츄어, IBM 등 수십년간 분할발주에 익숙해진 글로벌 업체들은 '원격지 개발'을 쉽게 한다"며 "이들 기업은 현지에는 소수의 분석·설계 인력만이 상주하고 개발 인력은 인도, 필리핀 등에 둬 원가경쟁력을 확보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원격지 개발이 어려워 전부 출장을 가야하니 인건비 탓에 (원가)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분할발주를 통해 설계 등 전문 분야를 가진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당위성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 SW산업과 최우혁 과장은 "큰 틀에서 분할발주의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시장상황을 살피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강제가 아닌 자율적으로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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