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위기 타개를 위해 사재출연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경영 실패에 따른 계획적인 기업회생이라는 의혹과 함께 책임을 회피하려 규모와 시기에 대한 윤곽이 전혀 없이 사재출연을 먼저 언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대문점 입구 앞에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8e7f9609479ff.jpg)
17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는 "주주사에서 자금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채권을 조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홈플러스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재 소상공인 채권 지급에 필요한 소요 금액을 추산 중에 있다"며 "집계가 완료되는 대로 주주사와 실무협의를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상공인들의 채권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2조원대 금융채무가 동결되긴 했지만 정상적인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최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따른다.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가 5000억원 수준으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금 유동성이 빠듯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사재출연을 결정했지만 규모와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채권 지급 대상을 '소상공인'으로 한정 발표하면서 실제 홈플러스에 필요한 수준보다 낮은 규모로 지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따른다. 그러나 이 또한 어디까지나 대기업 협력사와의 협의가 따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 생각보다 규모는 적고, 시기는 오래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대문점 입구 앞에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df51c5a1ae83e.jpg)
아울러 경영실패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은 없고 사재출연으로 물타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적잖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요인에 대해 "홈플러스의 줄어든 점포 수가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고,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어려운데 대형마트 규제가 풀리지 않아 고객은 온라인으로 가고 심야 온라인 배송도 못 한다"고 말했다. 즉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가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 환경으로 인해 벌어졌다고 설명한 것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가 심각해지고 국회의 출석 요구, 국세청 세무조사, 노동조합의 반발 등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재 출연이라는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앞에 진정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고 해외로 도피하듯 출국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1조원 투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자산 가치가 높은 흑자 매장을 처분하며 자본 회수에만 몰두해왔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도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노조의 주장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의 경우 같은 외부환경 속에서도 매출규모를 유지하거나 영업이익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홈플러스 경영전략에 더 심각한 원인이 있음을 지적하는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한편 김 회장은 오는 18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관련 현안 질의의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MBK의 투자가 완료된 개별 회사(홈플러스)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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