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때 잘 못 듣는 이유 있었다 [지금은 과학]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달리기할 때 음악이 희미하게 들리거나 누군가 불러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이승희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뇌가 행동 상태에 따라 감각 정보를 다르게 통합하는 작동원리를 알아냈다.

연구팀은 쥐가 달릴 때는 시각 정보를 우선 처리하고 가만히 있을 때는 청각 정보를 우선해 감각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이 행동 상태에 따라 변화함을 찾아냈다.

우리는 눈으로 보는 정보(시각 정보)와 귀로 듣는 정보(청각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영화를 볼 때 화면과 소리를 함께 이해해야 내용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뇌가 감각 정보를 어떻게 결합해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스펙트럼, 조현병과 같이 감각처리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 SPD)를 겪는 사람은 감각 통합 능력이 떨어져 감각 정보가 뇌에서 통합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신경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시각·청각 정보가 통합되는 뇌 영역을 찾고자 실험 쥐 특정 뇌 부위를 인위적으로 비활성화하는 약물주입실험과 이를 조절하는 광유전학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후두정피질(posterior parietal cortex, PPC)이 시각 정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영역이 비활성화되면 청각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함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팀은 뉴런의 활성 정도를 측정하는 칼슘 이미징 실험을 통해 후두정피질의 뉴런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가만히 있는 경우, 후두정피질의 시각 뉴런이 청각 신호에 의해 억제돼 쥐가 청각 정보를 우선 처리했다.

쥐가 달리면 청각 신호가 후두정피질로 전달되지 않아 시각 정보가 우선으로 처리됐다.

이러한 변화는 달릴 때 운동피질(secondary motor cortex)에서 생성된 신호가 후두정피질로 청각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면서 발생한다. 실험 쥐가 달릴 때 운동피질에서 보내는 신호가 청각 정보 전달을 차단해 시각 정보가 우세해진 것이다.

청각 피질 자체는 달리는 동안에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청각 정보 처리가 유지됨을 확인했다. 이는 개별 감각의 처리 능력은 달라지지 않으며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가 뇌에서 통합되는 과정이 행동 상태에 따라 조절됨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이승희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감각 정보가 뇌에서 처리될 때 개별 감각 자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데 이를 통합하는 방식은 행동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됨을 밝힌 중요한 발견”이라며 “이 연구가 앞으로 감각처리장애 치료를 목표로 하는 특정 뇌 신경회로의 작동 방식을 제시하는 데 기초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Locomotion-dependent auditory gating to the parietal cortex guides multisensory decision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3월 7일 온라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