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폐암 세포의 성질을 변환시켜 암세포의 전이를 막고 약물에 대한 반응을 높이는 상태로 역전시키는 새로운 항암치료 기술이 나왔다. 국내 연구팀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수학모델을 만들고 대규모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폐암 세포를 치료 가능한 암세포로 역전시킬 수 있는 핵심 분자 타깃을 발굴하고 입증했다.
고령화에 따라 암 발생이 늘어나면서 암은 인류의 건강수명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 질환이 됐다. 특히 조기 발견을 놓쳐 여러 장기로 전이될 때 암의 치명률은 높아진다.
암세포 전이 능력을 제거하거나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졌는데 오히려 중간상태의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가 되면서 더 악성을 보여 암 치료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이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폐암 세포의 성질을 변환시켜 암세포의 전이를 막고 약물에 대한 저항성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폐암 세포의 전이능력이 없는 상피(epithelial, 세포 방향성이 있어 유동성 없이 표면조직을 이루는 상태)세포에서 전이가 가능한 중간엽(mesenchymal, 방향성 없이 개별적 이동성을 가진 상태)세포로 변화되는 과정(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EMT)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암세포 상태들을 나타낼 수 있는 세포의 분자 네트워크 수학모델을 만들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분자 세포실험을 통해 악성종양으로 증식해 인접한 조직이나 세포로 침입하거나 약물에 내성을 가진 중간엽 세포 상태에서 전이가 되지 않은 상피세포 상태로 다시 바뀔 수 있도록 세포의 성질을 변환시켜주는 핵심 조절인자들을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난제로 남아 있었던 중간과정의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EMT 하이브리드 세포 상태)를 피하는 동시에 항암 화학요법(chemotherapy) 치료가 잘 되는 상피세포 상태로 온전히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암세포의 비정상적 EMT는 암세포의 이동과 침윤, 화학요법 치료에 대한 반응성 변화, 강화된 줄기세포능, 암의 전이 등 다양한 악성 형질로 이어진다.
암세포의 전이 능력 획득은 암 환자의 예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번에 개발된 폐암 세포의 EMT 역전 기술은 암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해 높은 가소성과 전이 능력을 제거하고 항암 화학치료의 반응성을 높이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이다.
KAIST 김남희 박사과정, 황채영 박사, 김태영 연구원, 김현진 박사과정이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논문명: A cell fate reprogramming strategy reverses 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 of lung cancer cells while avoiding hybrid states)는 미국암학회(AACR)에서 출간하는 국제저널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 1월 30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조광현 교수는 "높은 전이 능력과 약물저항성을 획득한 폐암 세포를 전이 능력이 제거되고 항암 화학요법치료에 민감한 상피세포 상태로 온전히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암 환자의 예후를 증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했다ˮ고 말했다.
아직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약물 타킷 발굴, 동물 대상 비임상 실험 등 거쳐야 할 길이 없지 않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발생에서 가장 심각한 전이를 막고 치료 가능한 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