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유튜브 레드의 국내 상륙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개인방송 라이브 서비스가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의 독주였던 기존 국내 개인방송 라이브 서비스 경쟁 구도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유튜브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유튜브 유료버전 서비스 '유튜브 레드(Youtube RED)'가 이달 중 국내에 정식 서비스될 예정이다.
유튜브 레드는 월 9.99달러(1만1천300원)를 내는 월정액 유료 서비스다. 유튜브 레드에 가입하면 레드 전용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유튜브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으며 '구글 뮤직'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유튜브 레드는 미국을 비롯해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 4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의 경우 글로벌 서비스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레드는 '구글뮤직(유튜브 뮤직)'이 포함, 유료 회원의 요금은 시청 시간에 따라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 게시자(사업자 or 크리에이터)에게 배분되는 구조다.
유튜브는 글로벌 기준으로 올 연말부터 20여가지 오리지널 시리즈와 독점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튜브 레드의 구체적인 유료 회원 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약 150만명의 인원이 유료로 가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튜브 레드는 구글 뮤직, 오리지널 콘텐츠와 더불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도 상호 시너지가 예상되고 있다. 인기 크리에이터들의 경우 유료 콘텐츠로 또 다른 수익 창출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 위상 흔들흔들
유튜브 레드 출시와 맞물려 최근 '대도서관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TV도 새로운 운영정책을 내놓으며 변신을 예고했다.
국내 톱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호스팅 비용에 대한 문제로 아프리카TV를 떠나면서 인기 BJ들이 연이어 아프리카TV를 이탈하자 이에 대한 대비와 보완책을 내놓은 것.
아프리카TV는 일반 BJ 동시 송출 제한 해제, 상업방송 호스팅 비용 폐지, BJ 콘텐츠 펀드 조성 등 총 다섯 가지 약속을 내놓으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새로운 정책도 형평성 논란 여지는 아직 남아 있지만 최소한 공개적인 약속을 처음으로 내놨다는 점에서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다만 BJ들의 이탈 사태가 그동안 '별풍선' 수익 모델로 강력한 입지를 자랑했던 아프리카TV의 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트위치TV, 폭풍 비상
게임전문 개인방송 라이브 서비스 트위치TV도 빠르게 국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트위치TV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지역 내 트래픽은 전년대비 2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지역 방송 채널 수도 올해 초 100개 미만에 머물렀지만 현재 평균 400개 전후의 채널이 열리고 있다.
게임전문 라이브 였던 기조를 변경해 최근에는 '크레이터' 라는 채널을 신설해 문화예술 분야 아티스트, 음악,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영역의 스트리머(BJ에 해당)들이 트위치TV 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지역 니즈에 맞춰 '쿡룸' 채널을 통해 소위 '먹방' 스트리머들도 속속 생겨났다.
트위치TV 관계자는 "한국지역은 올 초부터 다양한 니즈들이 있었고 이를 반영하고 있다"며 "글로벌 음악쇼 '울트라'도 트위치TV 통해 송출하는 등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치TV 한국지역 서비스는 글로벌 서비스와 조금 다르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유사한 '도네이션(기부)' 시스템은 원래 페이팔을 통해 이뤄지지만 한국은 '트윕'이라 불리는 써드파티에서 해당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트위치TV 한국 도네이션은 전자상거래 시 필요한 최소 수수료 1% 외에 99%의 수익을 스트리머가 가져간다. 아프리카TV가 별풍선 수익의 40%(일반 BJ 기준)의 수익을 가져가는 것도 대비된다.
이런 가운데 토종 오픈형 동영상 서비스 '판도라TV'도 새로운 '소셜 라이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판도라TV의 경우 모바일 개인방송 서비스 '플럽' 등 이미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새로운 소셜 라이브 서비스는 기존 플랫폼을 정비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이트에 동시 송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판도라TV는 그동안 유튜브에 밀려 장기간 빛을 보지 못했지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근간으로 하이브리드 형태를 표방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판도라TV 관계자는 "아프리카TV나 브이앱 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은 아니고 기존 서비스를 융합, 보완해서 구축하는 것"이라며 "소셜 기능은 사용자들에게 충분한 편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개인방송, 4强 구도 예고
트위치TV의 경우 과거 영어로 방송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한국어 채널이 많아지면서 국내 시청자들의 유입도 대폭 늘어났으며 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스포츠 분야에 강점을 보여왔던 전직 프로게이머 BJ나 크리에이터들에게도 이제는 트위치TV가 새로운 선택지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트위치TV도 광고를 유치하는 '인플루언스 프로그램'이 있지만 아직 한국지역에서는 괄목할 만한 사례가 없다.
그러나 한국지역은 광고 수익의 100%를 스트리머가 가져간다는 점과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변화의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트래픽만으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있고 게임 문화도 우리와 다르게 긍정적인 시장"이라며 "트래픽이 늘어나면 수익은 설계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트위치TV의 일련의 행보는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트위치TV는 신규 스트리머의 유입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반면 아프리카TV는 조금씩 흔들림이 감지되고 있다. 대도서관 사태 이후 김이브, 디바제시카 등 수많은 BJ들이 유튜브 스트리머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가장 큰 변수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인터넷 방송 규제' 움직임이다.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을 주축으로 지난달 17일 발의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 인터넷 개인방송의 음란, 불법 유통에 대한 법제화 ▲인터넷 개인방송사업자의 불법정보 삭제 및 유통차단 ▲불법정보 삭제 및 유통차단 위반 시 3천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등의 항목이 포함돼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근시안적인 법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외 사업자의 역외 적용이 포함되지 않은 현행법상 이번 개정안은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다가 개방된 공간인 '인터넷' 상의 콘텐츠를 규제하려 한다는 비난 역시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란물 유통이 문제가 된다면 처벌을 강화하고 안전장치를 만들면 되는 일"이라며 "외산 SNS 음란물 범람은 두손놓고 있는데 정작 인터넷방송을 통한 음란물 유통 사례는 손에 꼽는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이 제2, 제3의 싸이월드나 판도라TV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되고 있는 것.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TV 점유율은 떨어지고 해외 서비스 점유율은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며 "업계 움직임이 토종 사업자를 뒤흔드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MCN 전체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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