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우리와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이 유럽금융 위기에도 세계 3위 수출 및 성장을 이어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의 비결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및 인재에 대한 투자,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통한 생산성, 가족경영 등을 5대 경쟁력으로 꼽았다.
먼저 독일 제조 경쟁력의 비결중 하나로 경기와 무관한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꼽았다.
실제 2012년 기준 전 세계에서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은 독일의 폭스바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IT기업인 삼성전자와 MS는 그뒤를 잇는 2위와 3위이며, 다국적제약회인 노바티스의 경우 7위에 그쳤다.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1980년부터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5% 룰'을 지켜오고 있다.
또 EU Stat에 따르면 2012년 기준 R&D 투자순위 본 글로벌 500대 기업 중 독일기업은 총 41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13개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 또한 독일(6.5%)이 한국(3.1%)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독일은 국가 전역에 구축된 300여개의 산업클러스터를 통한 산학협력을 통해 이같은 R&D 경쟁력을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안정적 노사관계를 통한 높은 노동생산성 역시 독일 경쟁력의 비결 중 하나로 꼽혔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3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노동생산성은 세계 1위, 노사관계 생산성은 8위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8위, 노사관계 생산성은 56위를 기록했다.
다임러벤츠의 경우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속,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20억 유로의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모든 근로자는 노동시간을 8.75% 감소시켰으며, 각종 성과급 및 임금인상 계획을 유보시켰다. 독일 정부가 재계와의 공동작업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을 포함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단행한 것도 실업률 증가 없이 금융위기를 넘기는 데에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기술인재-가족경영도 경쟁력
아울러 독일 기업경쟁력의 또다른 원천은 역시 기술인재 양성이다. '기술은 마르지 않는 금광과도 같다'는 독일속담과 같이 독일에서 기술은 전통과 장인정신의 산물로 역사적, 국가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독일은 60%의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와 현장이 결합된 형태의 직업교육(Dual System)을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하며, 기업 역시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가령 독일 명차 BMW는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매년 800여명의 인턴에게 자동차 개발부터 제작, 정비 등 12가지 전문 직무에 따라 기술을 전수 한다. 이들은 졸업 후에 동 분야에 바로 취업하게 된다. 이 외에 폭스바겐, 다임러 등 50만개 이상의 대중소기업들도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가족기업 중심으로 장기적 성과를 추구하고 있는 것도 독일과 우리가 비슷하지만 다른 경쟁력으로 꼽혔다.
독일에는 200년 이상의 장수 기업이 무려 1천500개를 웃돌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우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기록하는 독일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 특히 이들 기업의 성공의 이면에는 가족경영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독일은 전체기업의 95%가 가족기업 형태로, 책임경영과 더불어 근로자 및 지역사회와 높은 유대감을 유지해 온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가령 300년 역사의 머크 또한 1668년 작은 약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글로벌 화학원료 및 제약기업으로 성장한 가운데 가족구성원들이 13대째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가족경영을 부의 대물림이 아닌 장수기업이 많아질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 2010년 장기간 고용 유지 등 일정 조건만 이행되면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상속세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OECD 평균의 약 2배에 달하고, 가업승계 요건이 까다로워 장수 가족기업 탄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이밖에도 독일은 강점분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시장 창조을 창조하고 있는 것도 또다른 경쟁력의 비결로 꼽혔다. 특정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우량 독일 기업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4~5배 이상 많다.
실제로 160년의 역사를 가진 지멘스는 최초의 진공청소기를 시작으로 인공심장박동기 등 가전과 의료기기를 넘나들며 진출하지 않은 전자제품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 현재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는 복합기업(conglomerate)으로 분류된다.
독일 역시 민관 공동 제조업 성장전략인 '인더스트리 4.0'가 시행중이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ICT기술을 접목, 4차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제조업 성장 청사진이다.
전경련 유지미 국제협력팀장은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고 중국도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주요 수출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하락하는 등 국내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늦기 전에 지속적인 R&D투자와 기술인력 양성 등 독일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제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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