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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개선에 '찬물'…삼성전자 노조, 창사 첫 쟁의 돌입


반도체 실적 이제 막 정상화 시작인데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노조 쟁의 찬성률 97.5%로 쟁의권 확보…노사 갈등 장기화 조짐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갈길 바쁜 삼성전자가 노사 문제라는 내부 악재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 속에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며 사측을 상대로 대대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 노조의 집단행동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조는 아직 파업 카드를 꺼내 들진 않았다. 그러나 노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든지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노사 갈등 장기화로 치열해지는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갈 길 급한 삼성전자는 노사 갈등이라는 내부 악재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DS 부문에서만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자칫 노조 파업 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올해 1분기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이제 막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한 시점에서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시장 선점과 파운드리 사업 주도권을 놓고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 마이크론,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견제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8일 낮 12시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임금교섭 쟁의행위 찬반 투표 개표와 입장을 발표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는 1~5노조 전체 조합원 2만7458명 가운데 75.94%(2만853명)이 참여했고, 찬성률 97.5%(2만330명)으로 '찬성' 가결됐다.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이 50%를 넘으면 파업 등 합법적 쟁의 행위가 가능하다.

전삼노는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권이 법적으로 확보됐다"며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처음 쟁위행위에 돌입하게 됐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오는 17일 12~13시에 경기도 화성 DSR 타워 1층 로비에서 1000명이 모여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평화적 쟁의 행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도 쟁의 찬반 투표를 진행하진 않았다. 노조는 이번 노동 쟁의 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성 가결로 합법적인 파업도 가능하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 이래 55년 만에 첫 파업이라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노사협의회와 임금 조정 협의를 거쳐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5.1%(기본 인상률 3.0%+성과 인상률 2.1%)로 결정했다. 이는 반도체업계 다운턴(불황)으로 인한 반도체(DS) 부문의 극심한 적자에도 전년 평균 임금인상률인 4.1%보다 1%p 높게 책정한 것으로,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인상률(2.6%)의 2배 수준이다. 그러나 대표교섭권을 가지고 지난해와 올해 통합해 사측과 임금교섭을 진행해 온 전삼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아직까지 파업 카드를 꺼내진 않고 있다. 그러나 사측과 여러 차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음에도 서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평균 임금인상률 6.5% 등 기존 안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여파로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전삼노 조합원 수도 크게 늘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5662명으로, 전체 삼성전자 임직원(약 12만4000)명의 20%에 달한다.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중 조합원 수가 가장 많다.

특히 삼성전자가 노사협의회와 합의안 임금 인상합의안을 발표한 직후 사측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어 자칫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 1일 손우목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200여명이 화성사업장에 집결해 사측에 노사협의회와의 합의안 철회와 경영진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조합원과 사측 직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며, 노사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조 파업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당사는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해 노조가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할 경우 노동관계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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