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LS그룹 자회사 LS일렉트릭이 성장성 높은 사업부를 떼어내 신설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하루 만에 10%가량 급락했다. 최근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잇따르면서 투심이 악화된 탓이다.
이에 자산운용사와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물적분할 후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 삼으며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서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EV릴레이(Relay) 사업부문을 떼어내 LS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을 신설하는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분할로 존속회사인 LS일렉트릭은 전력·자동화 사업에 집중하고, 신설회사인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EV릴레이 사업을 본격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존속회사인 LS일렉트릭의 100% 자회사가 된다.
EV릴레이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 개폐 장치로 수소, 전기차의 핵심부품이다. 미래 에너지 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에도 사용돼 성장성이 높게 점쳐진다. LS일렉트릭의 해당 사업부문 매출액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3.8% 성장했다. 특히 EV릴레이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성장성이 기대되는 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발표하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향후 자금 조달을 위해 신설회사의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LS이모빌리티솔루션의 물적분할로 LS일렉트릭의 기업가치 훼손이 전망된다"며 "발표한 상장 계획은 없지만, 물적분할의 시점(대선 이후 물적분할 자회사의 상장 규제 강화)과 형태(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로 판단할 때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물적분할은 특정 사업부문을 떼어내 신설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설회사가 존속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분할을 해도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오히려 경영 효율화 관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지 않는 두 사업부문을 떼어내고, 주력사업에 집중한다면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단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물적분할 이후 신설회사를 상장시키면서 발생한다. 최근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핵심 사업을 분사해 상장시키면서 기존 주주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떼어내 상장시킨 LG화학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CJ ENM도 콘텐츠 제작 부문을 떼어내는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재검토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자산운용사와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돌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안다자산운용과 소액주주들은 SK케미칼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며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SK케미칼의 주주가치 훼손을 문제 삼으면서다. 가처분 신청문에는 ▲배당 정책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SK케미칼의 지배구조 개선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 개혁을 제안하는 '세이브 코스피(SAVE KOSPI)' 캠페인이 시작되기도 했다. 해당 캠페인은 김규식 한국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과 이효석 업라이즈 매니지스트 주도로 이뤄진다. 고도 압축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경영 관행, 제도적 불합리와 부조리함들은 현재까지도 한국 증시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금융당국이 신설 자회사의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청약우선권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 물적분할에 대한 제도 개선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법 개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주주행동 움직임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중복 상장하려는 시도들은 주주간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모회사가 상장돼 있다면 자회사를 상장시키지 않는다"며 "미국의 경우 기존 주주들과 기관투자자들의 반대로 인해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 기존 주주들의 이해도가 해외에 비해 조금 낮은 편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정규 규제도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주주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인식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행동은 점점 더 본격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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