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자동차 전환 계획이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업계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50%를 차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완성차 빅 3인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도 참석, 미국 정부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신차 판매량의 40~50%를 전기차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80%도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친환경 자동차 전환 계획을 성공하기 위해선 불확실성이 높은 중국 배터리사들이 생산한 배터리 외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동참을 약속한 미국 완성차 빅 3는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국 배터리를 채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전기차업계 선두기업 테슬라가 초청 기업 명단에서 빠졌다. 이는 바이든의 친(親)노조 정책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일론 머스크 CEO의 반(反)노조 성향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테슬라의 배터리 최대 협력사가 일본 파나소닉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본격 성장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각종 요인들은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에게 '기회'가 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기반도 잘 닦아놔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배터리 합작사(JV)를 각각 설립했으며 배터리 공장 추가 증설도 계획 중이다.
삼성SDI도 미국 진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미국 완성차 업체 빅 3 중 한 곳인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설립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자동차 전환 계획은 애플의 전기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인 '타이탄 프로젝트' 추진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근 대만의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애플카 실무진이 방한해 우리나라 배터리업계 관계자들과 전기차 배터리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애플카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플은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조건으로 중국 CATL, BYD 등과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사들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미국 현지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배터리 배제 언급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애플이 전면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값이 싸고 안전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며 "이에 애플이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고성능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미국 현지에 중국 업체들이 공장 건설해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 배터리업계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국내 배터리사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앞세워 미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다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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