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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종코로나 확산 속 명동 이어 강남 상권도 '초토화'


강남·압구정·삼성역 인근 인적 크게 줄어…"메르스 때보다 타격 클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이 명동 등 중국인 관광객 밀집 지역을 넘어 강남 상권에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분위기다. 이에 상인들은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한 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4일 오후 찾은 강남역은 겉보기에는 많은 인파가 거리를 걷고 있어 과거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이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길가에 늘어서 있는 상점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각자의 목적지로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만이 이전과 다른 점이었다.

인근 외국어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왔다는 대학생 A 씨(24·여)는 "상반기 취업을 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어 강남역에 자주 오고 있지만, 되도록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가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인근 선릉, 역삼 쪽에 확진자가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4일 오후 강남대로를 오가는 행인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4일 오후 강남대로를 오가는 행인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강남대로 뒤편 식당이 밀집해 있는 골목은 더욱 한적한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이었음에도 식당마다 곳곳에 자리가 남아 있었고, 인근에 회사들이 위치해 하루하루가 '대목'이었던 카페들에도 군데군데 비어 있는 좌석이 눈에 띄었다.

이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 씨(44·남)는 "신종코로나가 확산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매출이 3~4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확산 속도는 그 당시보다 빠른 것 같지는 않은데, 국민의 경각심이 높아져 단체 회식 등을 자제하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평소 의료 및 쇼핑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과 학생들로 항상 북적이는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평소의 번화함이 거짓말인 것처럼 인적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는 연출한 것과 같이 비어 있었고, 오가는 행인을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간혹 오가는 행인들이 있었지만, 마스크를 끼고 인근 상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사라지는 것은 강남역과 마찬가지였다.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도 평일 시간대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또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 조치가 취해져 있는 모습이었고, 여러 곳에 신종코로나 관련 안내문이 비치돼 있었다.

오가는 행인의 발걸음이 거의 끊긴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은 적막함을 자아냈다. [사진=이현석기자]
오가는 행인의 발걸음이 거의 끊긴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권은 적막함을 자아냈다. [사진=이현석기자]

이 같이 한적해진 거리의 변화는 압구정역 인근 성형외과 병·의원들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압구정역 인근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B 씨(33·여)는 "이미 예약된 건이 취소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새로운 예약 건은 크게 줄어들었다"라며 "신종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기 전에는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코엑스가 위치해 평소 강남 최고 수준의 중국인 관광객과 유동인구를 자랑하던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도 이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거리는 한산했고, 다양한 실외 행사가 펼쳐지곤 하던 코엑스 앞 광장에도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삼성역 인근의 택시 탑승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 C 씨(65·남)는 "삼성역뿐 아니라 강남 일대 손님이 절반 정도는 줄어들었다"며 "평소에 30분 정도 기다리면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도 손님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손님이 드문 모습이었다. 지하에 위치한 식품 매장에는 어느 정도 많은 사람이 쇼핑을 하고 있었지만 모두 마스크를 한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고, 1층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에는 직원 수보다 적은 고객만이 오가고 있었다.

8~10층에 위치한 면세점은 더욱 한산한 모습이었다. 패션잡화 점포가 늘어서 있는 8층에는 채 10명도 되지 않는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있었고,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물품 중 하나인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9층에는 8층보다도 적은 수의 사람만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어 생소한 모습이었다.

삼성역에 위치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매장에도 인적은 드물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삼성역에 위치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매장에도 인적은 드물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업계는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단기적 실적 하락은 물론 경각심으로 인한 시장 위축 현상이 길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실적 하락에 버틸 여력이 있는 대형 유통업체보다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는 약 2달 정도 지속됐지만 영향력은 6개월 이상 지속됐고, 그 동안 수많은 소상공인이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라며 "이 과정에서 국민의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진 만큼 신종코로나의 영향력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며, 결국 소상공인들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16명으로 늘어남과 함께 확진자의 접촉자가 지난 3일 대비 400여 명이 늘어나 1천318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입국 후 10여 일간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12번 환자의 접촉자는 사흘 새 666명으로 급증한 영향을 받은 수치다.

이에 정부는 이날부터 접촉자 전원을 자가격리하는 것으로 지침을 바꾸고 대상자를 선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7일부터 50여 개 민간 의료기관에 기존 대비 4배 빠르게 신종코로나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검사법을 보급한다는 방침도 함께 밝혔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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