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최근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MVNO) 가입자의 이탈현상이 두드러 지고 있다. 이통사의 신규요금제 출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되는데, 가입자를 끌어간 이통사는 되려 수익이 줄고 있다.
4일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1월 이동통신 번호이동 회선 수는 53만1천857건이다. 이중 알뜰폰 간 번호이동 수를 제외하면 49만3천429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통3사간 번호이동만을 보면 LG유플러스가 5천52건 순증했고, KT는 1천334건·SK텔레콤는 3천718건이 순감했다.
하지만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넘어온 번호이동 수를 합치면 순위가 달라진다. 이 경우 ▲SK텔레콤 1만5천344건 ▲LG유플러스 1만3천39건 ▲KT 2천585건으로 집계된다.
이통사간 번호이동 수 보다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옮겨가는 알뜰폰 가입자가 더 많다는 것. 11월 기준 3만968건에 달한다.
알뜰폰의 가입자 이탈은 지난 5월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특히 1~11월 SK텔레콤으로 이동한 알뜰폰 가입자는 8만2천880명으로, 2위인 LG유플러스 3만9천767명의 두 배 이상이다.
이 같은 알뜰폰 가입자 이탈 현상은 이통 3사의 신규요금제 출시 이후 가속화 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이 데이터공유 혜택을 강화한 'T플랜'을 출시한 게 7월인데, 이때 알뜰폰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1만4천109명이었다. 이후 매월 1만명 이상 알뜰폰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T플랜 요금제가 가족결합 시 1명만 7만원대 요금제를 쓰고 나머지 가족은 3만3천원 요금제를 써도 데이터를 나눠쓸 수 있게 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월 3만3천원 요금에 25%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2만4천750원인데, 사실상 정부가 입법을 시도한 보편요금제(월 2만원대 요금에 데이터 1GB 제공)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이 같은 요금제가 알뜰폰의 주력 상품인 2~3만원 요금제와 겹치면서 알뜰폰에는 직격탄이 된 형국이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지난달 22일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T플랜과 같은 신규요금제를 도매제공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도 SK텔레콤과의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알뜰폰 가입자가 유입된 SK텔레콤도 이를 통한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 3분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3만2천75원)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가입자가 늘었는지 몰라도 중저가 요금제에 가입자가 쏠리면서 수익성이 하락한 것. 같은 기간 이동전화 수익 역시 2조4천85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줄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통사간 경쟁에서는 가입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보조금 경쟁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며, "사업자간 경쟁력의 차이로 인한 가입자의 이동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일정 수준의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는 법안을 준비하자 이통 3사가 내놓은 유사 요금제가 결국 알뜰폰의 가입자 이탈을 부른데다 이통 3사의 수익성까지 하락하는 역효과를 낳은 셈이다.
일각에서 정부가 시장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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