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인텔이 지난해 PC CPU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AMD가 정면승부에 나선다. 그간 AMD는 인텔의 독주에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라이젠' 프로세서로 시장 뒤집기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다.
AMD는 이달부터 지난해 발표한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PC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Ryzen)' 프로세서를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코드명 서밋리지(Summit Rigde)로 불린 이번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비슷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절반의 가격으로 책정돼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 토끼(인텔)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거북이(AMD)
AMD는 인텔이 PC 시장에서 독주할 때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지목됐다. 세계 최초로 1GHz 벽을 허문 '애슬론' 프로세서를 선두로 PC 마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다만, 지난 10년간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오히려 점유율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불도저가 AMD를 밀어 버렸다"라는 말이 나돌았다. '불도저'는 AMD가 지난 2011년 출시한 프로세서로 낮은 성능과 발열로 인해 많은 질타를 받은 제품군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PC시장에서 인텔의 CPU 점유율은 8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AMD는 1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실정이다.
AMD의 부진은 인텔 제품군 대비 낮은 성능과 높은 발열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을 때마다 강조했던 근거 부족한 자신감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근본적으로 미세공정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인텔이 45나노(nm) 공정을 도입했을 때 AMD는 65나노 공정에 그쳤다. 가깝게는 지난해 14나노 핀펫 공정의 7세대 카비레이크를 내놨던 인텔에 비해 AMD는 28나노 공정에 무려 6년 동안 매달렸다.
통상적으로 미세공정에 따라 칩의 크기부터 성능, 전력효율, 원가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수 있다. AMD는 인텔 대비 최소 1, 2세대는 뒤쳐져 있었다.
절치부심한 AMD는 글로벌파운드리,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인텔의 턱밑까지 쫓아오는데 성공했다. 4년간의 개발을 통해 탄생한 '라이젠' 프로세서는 14나노 핀펫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리사 수 AMD CEO는 "라이젠 출시를 통해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 최상의 제품과 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하는 AMD의 입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AMD는 라이젠 7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통해 PC 게이머와 고급 사용자, 하드웨어 마니아들에게 가장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성을 갖춘 옥타 코어 프로세서를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서는 AMD 라이젠의 메인보드를 제조하는 바이오스타 유통업체 이엠텍이 예약판매 첫날 준비했던 모든 물량이 소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브랜드에서만 완판을 기록할 정도면 타 브랜드에서도 동일한 성과를 거뒀을 것"이라며, "AMD가 본래 설정했던 판매량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MD 라이젠 출시에 맞춰 미동 없던 인텔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인텔은 AMD 라이젠 출시에 맞춰 전례 없는 코어 프로세서 가격 낮추기에 나섰다.
◆ 게이머보다 전문가를 대상으로...최상위 프리미엄 구성
AMD의 차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는 총 3개의 제품군으로 구분된다. 최상위 프로세서군인 '라이젠7'과 메인스트림 시장을 겨냥한 '라이젠5', '라이젠3'로 구성된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인 i7, i5, i3와 흡사한 도식이다.
AMD는 지난 2일부터 우선적으로 최상위 프로세서인 라이젠7 3개 모델을 출시했다.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플래그십 모델인 '라이젠 7 1800X'부터, '라이젠7 1700X', '라이젠7 1700'다. 플래그십 모델의 경우 인텔 코어 i7-6900K 프로세서보다 높은 성능을 보여줌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가격도 준수하다. 각각 63만9000원, 49만9000원, 41만9000원이다. 인텔 코어 i7-6900K의 경우 약 1050달러로 한화 120만원 수준이다. 대략 절반 정도 저렴하다.
메인스트림 시장을 겨냥한 라이젠5는 빠르면 오는 4월 출시된다. AMD는 라이젠5 2종을 먼저 공개했다. 6코어 12스레드 기반의 '라이젠5 1600X'와 4코어 8스레드의 '라이젠5 1500X'다. 라이젠3 제품군은 연말께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인텔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메인보드 공급을 위해 AMD는 글로벌 파트너 애즈락과 에이수스, 바이오스타, 기가바이트, MSI 등과 총 16개의 AM4 기반 메인보드를 공급한다.
짐 앤더슨 AMD 컴퓨팅·그래픽부문총괄 수석 부사장은 "최근 데스크톱 시장에서 가상현실, 3D 모델링, e스포츠 등 새로운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더욱 강력한 연산 및 그래픽 처리 능력에 대한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는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자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AMD가 라이젠을 통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PC 출하량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노트북과 투인원, 태블릿 등이 데스크톱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AMD의 노트북은 빨라도 올 하반기 출시된다.
IDC에 따르면 데스크톱은 2011년 388만4000대의 출하량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20만5000대로 줄었다. 이에 비해 노트북은 2015년 225만7000대의 출하량에서 지난해 241만6000대로 증가했다.
AMD 관계자는 "노트북 등에 장착된 라이젠 프로세서는 오는 2분기 공개될 예정"이라며,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3분기 내 관련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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