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증 금융시대]③ 작은 눈도 홍채인증 잘돼요


라식·라섹 수술했어도 OK…한쪽눈 감아도 다른 눈으로 인식

[윤지혜기자] 무쌍(쌍꺼풀이 없는)에 작은 눈을 가진 기자는 금융권에 부는 홍채인식 광풍이 내심 못마땅(?)했다.

혹시 "눈을 더 크게 뜨세요"라는 안내멘트가 나오는거 아냐? 내 작은 눈이 금융거래의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걱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생체인증 금융거래에 관한 기획 시리즈에서 홍채인증 체험기사를 쓰라는 지시가 떨어졌으니 말이다.

이에 우리은행 본점영업부를 찾아가 홍채 인증 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봤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총 10번 중 2번은 '홍채정보 미등록' '홍채정보 불일치'가 뜨긴 했지만, 대부분은 억지로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 정면을 제대로 응시하기만 하면 1~2초 안에 인증이 완료됐다.

우리은행은 서울 시내 5개 영업점(본점영업부, 명동금융센터, 강남교보타워금융센터, 연세금융센터, 상암동지점)에 홍채 인증 ATM을 설치했다. 해당 영업점을 방문해 창구에서 ▲개인정보수집 동의서 ▲자동화기기 이용신청서를 작성한 후 홍채 인증 등록기기 상단의 화면에 눈을 맞추면 홍채 정보가 등록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다.

◆홍채인증 정확도 높아…한쪽 눈 감아도 성공

이번엔 금융거래 차례. 홍채 인증 전용 ATM에서 '홍채인식' 메뉴를 선택한 뒤 입금·출금·송금·조회 업무를 선택한다. 이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후, 기기 상단 화면의 중앙의 주황색 불빛을 미간 사이에 맞추면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홍채를 인식한다. 홍채 인증이 완료되면 계좌 선택→계좌 비밀번호 입력을 거쳐 금융거래가 완료된다.

홍채 인증 정확도는 매우 높았다.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착용한 뒤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홍채 인증이 이뤄졌다. 기자는 사실 라섹수술을 한 사람이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라섹/라식 여부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했다. 또 한쪽 눈을 감고 시험해보기도 했는데, 반대쪽 눈만 또렷이 뜬다면 인증에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거나, 인식 창과 눈 사이의 거리가 25~30cm보다 가깝거나 멀면 인증에 실패했다.

ATM과의 거리를 조정하기 위해 무릎을 구부리거나 몸을 앞뒤로 움직이는 것은 불편한 부분이었다. 홍채인증은 ATM보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환경을 활용하는 것이 더 수월할 것 같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홍채인증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은 드물지만, 입출금전용 카드나 통장을 잃어버린 고객들에게 '홍채인증으로 해보시겠느냐'고 권하면 대체로 좋은 반응이 나온다"며 "무통장·무카드의 경우 입출금 한도 제한이 있는데 홍채 인증은 ATM 자체 한도를 제외하곤 제한이 없어 더욱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홍채인증을 체험해본 대학원생 박모씨(29·남)는 "통장과 카드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데다 홍채인증 절차가 간편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 비밀번호를 별도로 입력한다는 점에서 홍채가 보안수단이 아니라 단순히 입출금카드의 역할만 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보안카드·인증서 대신 홍채인증…거래 과정 절반 뚝

지난 1월 도입된 우리은행의 홍채인증 ATM은 서울 시내 5개 영업점에만 설치돼 있어 많은 고객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과 같은 홍채인증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금융거래 시 홍채인증을 이용하는 고객의 수는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우리은행은 서울지역 대학교 12곳 내 영업점(국민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세종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홍익대)에 갤노트7을 활용해 홍채 인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다.

영업점에 비치된 갤노트7에서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인 '원터치개인' 데모앱을 실행한 뒤 로그인을 하면 홍채 정보를 등록하는 창이 뜬다. 인식 화면 속 두 개의 동그라미에 양 눈을 맞추면 1초 만에 인증이 완료된다.

예컨대 계좌 이체를 진행할 경우, 기존에는 이체 정보 입력→이체 정보 확인→보안카드 비밀번호 입력→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입력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홍채인증을 활용하면 보안카드·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입력 대신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거래를 마칠 수 있다. 금융거래 과정이 획기적으로 단축된 것.

다만 실거래가 불가능한 데모앱인 만큼, ATM처럼 실제 홍채인증이 잘 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눈을 맞추지 않아도 1~2초면 다음 거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었기 때문이다. 각 단계가 순식간에 진행돼 홍채 인증 거래 방식을 제대로 숙지하기도 어려운 데다 금융거래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체험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움짤(움직이는 짧은 동영상)' 시청에 더 가까워 보였다.

또 영업점에서 홍채정보를 등록했어도 모바일뱅킹으로 홍채인증을 진행하려면 스마트폰에 홍채정보를 별도로 등록해야 하는 점도 번거로웠다. 영업점에서 등록된 홍채 정보는 우리은행 서버에 저장되지만,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홍채 정보는 갤럭시노트7이 채택한 FIDO(Fast IDentity Online) 방식에 따라 개인 단말기에만 저장되기 때문이다.

즉, 정보 저장 주체가 달라 고객이 은행과 스마트폰에 홍채 정보를 각각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다. 좀 더 스마트한 금융거래가 되려면 홍채인증에 대한 표준화가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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