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신-2]통신3강 정책, 확 변해야


유효경쟁정책을 융합활성화 정책으로 바꿔야

방송통신위원회가 LG통신3사 합병을 계기로 10년 동안 계속 적용해 왔던 '유효경쟁정책'을 폐지했다.

'유효경쟁정책'이란 시장에 경쟁 압력이 존재하도록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으로 후발사업자인 LG텔레콤이 SK텔레콤 및 옛 KTF(KT) 등과 경쟁할 때 많은 배려를 해 준 정책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용했던 정책이라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방송과 통신이 인터넷으로 수렴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쟁 기업 수를 3개로 정하고, 이를 위해 가장 열위에 있는 기업의 원가를 회계를 통해 보존해 줘야 한다는 논리를 하루속히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효경쟁정책 효과 의문시...바뀐게 없다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하자, 시장쏠림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유효경쟁정책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SK텔레콤 2G망에 대한 단국접속 의무 부과(2000년) 및 개별요율제 등 상호접속료 차등 정책 시행(2002년), 번호이동성 시차제(2004년), 단말기 보조금 규제연장(2005년) 등이 대표적인 유효경쟁정책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는 실패했다. SK텔레콤:옛 KTF(KT):LG텔레콤의 가입자 점유율은 '5:3:2'로 고착화됐고, 3사 모두 2002년이후 매년 흑자를 달성했으나 수익격차 역시 여전하기 때문이다. KT와 LG텔레콤의 누적 당기순익은 각각 SK텔레콤의 5분의 1과 2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강홍렬 박사는 "번호이동성 시차제 이후에도 점유율이 5% 내외만 바뀐 것은 유효경쟁정책을 써도 시장쏠림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원가 조정통한 요금경쟁 한계...시장경쟁 복원돼야

더 큰 문제는 접속료 차등이란 유효경쟁정책이 결과적으로 통신기업간 요금인하 경쟁을 가로막았다는 점이다.

접속료는 다른 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경우 사업자간 정산하는 통신망 이용대가를 말한다.

이동전화 접속 요율은 '장기증분원가(LRIC) 모형'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수학적으로 나온 데이터에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개입돼 사업자간 협의를 중재한다.

2008년 접속료는 SK텔레콤이 분당 33.41원이며, KT무선부문 분당 38.71원, LG텔레콤 분당 39.09원이었다. 정부는 LG텔레콤을 돕기 위해 선후발 사업자 차등정책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정부가 경쟁열위 기업의 원가를 인위적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홍렬 박사는 "정부가 LG텔레콤의 원가를 보전해 줄 수록 아이러니하게도 SK텔레콤의 이익을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전환해 줄 수 있다"며 "회계를 통한 원가산정에 의한 요금정책을 포기하고, 시장경쟁을 통해 요금이 결정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SDI 김희수 박사도 지난 해 요금인하 토론회에서 "통신3강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도입된 접속료 차등 구조가 선발사업자(SK텔레콤)의 전반적인 요금인하 상품 출시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이통3사간 접속료 차등폭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SK텔레콤으로선 요금을 크게 내리면 타 망으로의 발신통화가 증가해 접속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만큼, 전반적인 요금인하 보다는 자사 망내 할인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되려 SK텔레콤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측면도 있다.

◆정부도 폐지 선언...신규 진입군과의 정책 복잡도 유의해야

10년 전 출범당시 극심한 누적적자로 존폐기로에 섰던 LG텔레콤은 LG데이콤·LG파워콤간 합병을 계기로 영업익 4천300억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에따라 최시중 방송통신 위원장이 지난 1월 12일 '2010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유효경쟁정책 체제가 변하면서 통신3사의 완벽한 경쟁체제가 선보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방통위 역시 '용도폐기'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유효경쟁정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자는 의견부터 즉시 폐지에 이르기까지 온도차가 상당하다.

2006년 당시 노준형 정통부 장관 내정자가 "시장 구조조정, 후발사업자 누적적자 해소, 가입자 확보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제 통신 규제정책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4년동안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2009년 이동통신 경쟁상황 평가에서 드러났듯 SK텔레콤으로의 쏠림이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나 자칫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정책의 복잡도만 높일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SK텔레콤과 합병KT, 합병LG텔레콤 3사간 경쟁 구도에 몰입하다보면 내년이면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재판매사업자(MVNO)나 제4 이통사(MNO)와의 정책 차별화에 실패하거나 큰 원칙없이 단기 대응에 매몰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특히 접속료 분야의 경우 자칫 규모가 되는 KT군이나 LG텔레콤군 사업자는 저렴한 단국접속(MSG)으로 이익을 보는 반면, 통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MVNO나 제4이통사는 비싼 중계접속(CGS)을 해야 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 컨버전스나 와이브로를 이용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도입 등으로 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LG통신3사 합병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SK텔레콤의 주파수 독점이 끝나는 2013년 이전이라도 유효경쟁정책은 변해야 한다"면서도 "도매의무제공사업자에 SK텔레콤외에 다른 통신회사를 추가하거나 하는 일은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이동통신분야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가 없는 사업자(KT, LG텔레콤)에 의무를 부여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신 국장은 "접속료부터 유효경쟁정책 변화를 선제적으로 보여줘야 하지만 사업자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자사 내부 통신 수요를 대체하기만 하는 재판매 사업자가 아니라,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선보여 소비자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자가 출현하는 여건을 만드는 데 관심있다"고 했다.

◆융합활성화 정책으로 통신시장 판갈이 돼야

통신3사간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게 아니라, 융합을 진전시키는 정책을 쓴다면 어떤 게 있을까.

이통 3사의 외형적인 구도를 들여다 볼 게 아니라, 각각의 혁신마다 강도높은 인센티브를 줘서 혁신 경쟁이 촉발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이동통신 3사 중 망개방을 처음으로 시도한 LG텔레콤의 '오즈'나 KT가 최초로 선보인 유무선융합(FMC)서비스, SK텔레콤이 가장 적극적인 타산업과의 융합(IPE)사업이 잘 되도록 돕는 것이다.

이와함께 통신망 구축경쟁 자율화 및 기술 중립성 강화, 음성·데이터 회계분리 및 비중 조정을 통한 무선인터넷 활성화, 망개방 및 상생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한국모바일인터넷(KMI) 같은 제4 이통사를 통한 구도 혁신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마케팅비 총액 규제' 같은 반시장적인 사전 규제를 지양하고, 독점규제와 공정경쟁 규제를 정교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방통위가 하는 통신규제를 공정위의 일반 경쟁법적 규제와 동일시 할 수 없다면,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에 맞는 특성을 고려한 사후규제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신기술 서비스에 대한 규제유예도 필요하다. 신용섭 통신정책 국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기술 서비스는 일단 규제를 유예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근거가 법에 담겨있다"면서 "우리 법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4이통사에 거는 기대

이르면 4월 중 SK텔레콤, KT, LG텔레콤과 경쟁하는 제4 이통사(MNO)가 설립된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은 3월 중 와이브로 주파수(2.5㎓) 대역 할당 및 사업자 허가를 신청하고, 4월까지는 법인을 설립한다는 목표다. 당초 1월 신청, 2월 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주주 구성 문제로 늦어졌다.

KMI가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사업모델 때문이다. 기존 이통3사의 주파수를 빌려 재판매하는 회사(MVNO)가 아니라, 직접 주파수를 할당받아 전국망을 구축하고 서비스에 나선다.

와이브로를 이용해 기존 요금보다 20%까지 저렴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상용화하고, 유통이나 금융·인터넷 업체들(MVNO)이 이 회사의 주주로 참가해 데이터 컨버전스 시장을 주도한다. 초고속인터넷은 무선으로 제공돼 이사갈 때마다 회사를 바꿔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다. 준비회사 고위 관계자는 "4월 말 이전에 가시적인 모습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KISDI 강홍렬 박사는 "제4 이통사가 이동통신시장의 실질 경쟁을 촉발할 수 있도록 전파사용료와 인가조건 등에서 고정비용을 균형잡을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 회사가 IP를 기반으로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더라도 정부는 자율에 맞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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