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신-1]역할이 변해야 산다


차세대 망구축도 소비자 관점으로…모바일 웹 주목

'아이폰'이 '어른폰'을 잡아먹는 세상이다. 스마트폰 열풍 앞에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소비자'와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무선 인터넷 생태계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선인터넷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려면 변해야 한다. 통신사 내부 경쟁 활성화에 치중했던 정책은 확 변해야 하고, 유심(USIM) 장벽을 제거해 단말기를 해방시켜야 한다. 통신과 다른 산업과의 접목도 앞당겨야 한다.

통신 컨버전스가 중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도 사람과 사람에 한정된다면, 정보통신 산업의 미래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이뉴스24는 ▲무선IT강국의 길 ▲시장지배력 규제, 변해야 산다▲단말기를 해방시켜라▲사물통신 시대로 가자 등을 화두로 총 4회에 걸쳐 '미래통신'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음성 품질경쟁 끝나…무선인터넷으로 승부해야

국내 이동전화가 상용화된 지 26년, 개인휴대통신(PCS)이 나온지 14년이 되면서 시장이 평준화됐다. KT와 SK텔레콤, LG텔레콤등 3사의 음성 통화 품질은 거의 차이가 없게 됐다. 통화 커버리지가 100%에 육박한다. 요금제도 고만고만 할 뿐더러 데이터 서비스 역시 엇비슷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상품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보조금을 많이 주는 통신사로 눈을 돌리게 됐다. 통신사들도 보조금에 올인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다른 회사와 차별되는 혁신 서비스 개발은 뒷전이었다.

그러나 가격할인을 통한 가입자 유치 경쟁은 포화된 시장 환경과 맞물려 통신시장, 나아가 국내 정보통신 시장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해 통신3사의 마케팅 비용은 8조5천억 원 정도인 데 이중 3조 정도만 연구개발(R&D)에 투자했으면 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이렇게 뒤쳐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를 바로잡는 게 나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기본료 인하까지 언급하며 '단말기 보조금 지양, 투자 확대'를 요청하자,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은 지난 5일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매출액 대비 총마케팅비용을 20% 아래로 묶겠다고 약속했다.

◆차세대 통신망 구축 소비자 관점으로…망중립성 논쟁 전면화

통신사들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KT와 SK텔레콤이 2006년 6월 대용량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를, KTF(현 KT)가 2007년 3월 세계 최초 WCDMA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결과는 암담했다. 메릴린치가 2008년 12월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선데이터 월평균매출(비중)은 5달러(11%)에 불과했다. 일본 23달러(41%), 미국 13달러(26%)에 크게 뒤지는 수준이다.

3G의 킬러 서비스로 내세운 '영상통화'가 실패하고, 음성 이상의 효용을 주는 데이터 서비스를 내놓지 못해서다. 이는 통신사들이 망 투자에만 주력했다는 이야기도 되는데, 통신사들은 "수천억 들여 내가 깐 망이니 콘텐츠도 내가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가두리 양식장(Walled Garden)' 전략을 고수하던 것이 쓰라린 패배로 다가온 것이다.

여기엔 정부 책임도 있다. 통신사의 설비투자만 챙기면, 저절로 소프트웨어나 단말기, 콘텐츠가 동반성장하리라는 기조를 수년동안 유지해 온 것이다.

카이스트(KAIST) 권영선 교수는 "네트워크를 가진 3개사를 모두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면서, 통신사들에게 지나친 설비구축 경쟁을 강조하기보다는 '무선인터넷의 저렴한 사용'이란 관점으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강홍렬 박사도 "통신회사를 국가 인프라 구축 주체로 인식하는 시각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용자의 불만이 통신사의 자세전환으로 이어지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망구축 정책이 소비자 관점으로 변하면, 통신회사들도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누리게 된다. 각 사 전략에 따라 자율적인 투자가 가능해져 정부 눈치보기로 쓸모없는 망 투자를 할 필요가 없게 되는 반면, 요금이나 소비자 보호를 포함한 전면적인 서비스 경쟁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게 바로 망 개방을 뛰어넘는 '망중립성' 논쟁이다.

'망중립성' 논쟁은 국회에서도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변재일 의원(민주)은 전면적인 망 개방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G와 3G는 전면적인 인터넷기반(올IP)서비스가 아니고 융합시대에도 망의 고도화는 중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진성호 의원(한나라)은 무선설비를 사실상의 필수설비로 인식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콘텐츠나 인터넷 시장에서의 통신사 지배력 전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운용체계(OS) 없다면 모바일 웹에 주목해야

한국의 IT가 애플과 구글, MS 같은 자체 OS를 가진 글로벌 비면허 사업자들의 공습에 휘청인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공세를 극복할 수는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제와서 자체 OS를 개발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보다는 일단 구글의 안드로이드 같은 유력 OS에 기반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치중하면서, 장기적으로 OS 중심의 모든 플랫폼이 모두 수용되는 웹(인터넷)플랫폼을 주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은 지난 5일 최시중위원장과 3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여러 개의 OS를 운영할 수 있는 회사를 이통3사가 함께 인수한다든지 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400만~500만 개에 불과한 만큼, 이통3사의 앱스토어를 통합해 전세계 통신사들의 공동장터인 '홀세일앱커뮤니티(WAC)'의 주도권을 쥐고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WML 콘텐츠를 WAP을 통해 제공하는 초기 무선인터넷의 '폐쇄' 구도를 유선인터넷의 확장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HTTP 중심의 기존 유선인터넷을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되도록 전이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KISDI 강홍렬 박사는 "모바일 OS가 없는 우리나라는 기존 유선인터넷을 모바일로 전환하는 방식의 웹표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모바일 OK의 표준을 적용한 모바일 단말기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응용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는 표준화 시범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OK'는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조차 PC 인터넷 환경의 액티브X를 제대로 작동 못시키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옛 정통부 시절인 '07년부터 준비해왔다.

비단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 뿐 아니라 어도비의 플래시 등 특정 회사의 독점적 기술 이용을 배제하고 전세계 누구나 자유롭게 개발, 이용할 수 있는 국제 웹 표준 기술로 정립됐다.

모바일OK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모바일 표준 환경을 구현하게 되면, 이통사에 종속돼 있던 모바일 콘텐츠 및 서비스도 보다 개방된 환경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황의환 상근부회장은 "풀브라우징폰에 이어 스마트폰까지 대거 확산되면서 웹방식 모바일 인터넷서비스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모바일OK사업을 통해 모바일 인터넷 제작 업체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신규 사업영역을 확대해 새로운 무선콘텐츠 시장을 열어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N-다음 등의 인터넷포털, 이동통신사와 국가연구기관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한 '모바일웹2.0'포럼이 구성되기도 했다. '모바일OK 시범사업'은 구글을 비롯 SBS와 KBS, 연합뉴스, x스포츠 등 미디어 산업군이 적용하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청이 전격 참여해 서울시 모바일포털을 표준을 준수한 사이트로 전환하기도 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은성 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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