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종수 기자] 매일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속에는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가스가 섞여 있다. 이 중에는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처럼 건강한 해로운 물질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립군산대 이민재 교수를 포함한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김영기 교수, 서울대 손창윤 교수 등의 연구팀이 최근 유해 가스만을 정확히 찾아내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스몰(Small)’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의 핵심은 '액정'이다. 액정은 고체처럼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되면서도 액체처럼 흐르는 성질을 가진 물질로 주변 환경에 따라 빛을 반사하거나 통과시키는 방식이 달라진다.
이 특성을 활용하면 특정 가스가 존재할 때 시각적으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지만 기존 액정 센서는 여러 가스가 섞인 상황에서 특정 가스를 선별적으로 감지하기 어려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액정에 '유기 이온 물질(Organic Ionic Plastic Crystal)'을 더했다. 이 물질은 전하를 띠는 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구팀은 물질 구조를 정밀하게 설계해 특정 가스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센서는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인 아세트산에만 반응하고 다른 가스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센서는 공기 중 2ppm(백만분의 2) 수준의 극미량 아세트산도 감지할 만큼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또한, 연구팀의 센서는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한 가스도 구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아세트산(CH₃-COOH)과 프로피온산(CH₃CH2-COOH)은 구조가 거의 똑같지만, 이 센서는 두 가스를 명확히 구별했다.
연구팀은 실험뿐만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센서 작동 원리도 규명했다. 액정과 유기 이온 물질 간 상호작용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두 물질 간 에너지 관계를 밝혀냈다. 이를 통해 유기 이온 물질의 구조를 조정하면 센서의 감도를 예측하고 최적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POSTECH 김영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액정 센서의 가장 큰 한계였던 선택성을 획기적으로 개선 한 성과”라며, “공기 질 관리뿐만 아니라 반도체 및 화학 공정,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특정 가스의 유출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북=박종수 기자(bell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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