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수백억, 수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은하는 타원이나 나선팔 등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은하는 나선팔 모양을 가진 ‘나선은하’다. 나선은하 중 약 3분의1은 중심 부분이 막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런 은하를 ‘막대나선은하’라 부른다.
천문학자들은 나선은하의 막대구조가 은하 내 별의 탄생과 은하 중심부 거대 블랙홀의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은하의 진화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막대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서울대 임명신 교수 연구팀은 은하의 모양을 결정짓는 새로운 원리가 있음을 밝혀냈다. 수백, 수천 개의 은하가 모여있는 집합체인 `은하단' 두 개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막대구조가 발생할 수 있음을 관측자료를 통해 입증한 것이다.
그동안 막대구조 형성에 대한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은하 내부적인 요인에 의한 형성모델과 주변 은하의 중력작용 때문에 막대구조가 만들어진다는 환경효과 모델이 그 두 가지다. 제3의 대안으로 다른 모델들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아직 어떤 모델이 맞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은하단' 두 개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막대구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loan Digital Sky Survey)'라는 외부은하탐사 관측자료를 분석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관측자료로부터 105개의 은하단과 1천377개의 나선은하를 선별, 충돌 중인 은하단 16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막대구조 유무를 알 수 있는 알고리듬을 적용해 막대나선은하를 선별했다. 이후 수작업으로 자동선별 이미지의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충돌하는 은하단과 그렇지않은 은하단에서의 막대나선은하 빈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충돌하지 않는 은하단에서보다 충돌하는 은하단에서 막대나선은하가 50% 더 많았다.
은하단의 충돌이 막대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설은 20년 전 한 이론연구에서 제안된 바 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져 왔다. 이번 연구는 은하단 충돌이 나선은하 막대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관측을 기반으로 밝혀낸 것이다.
이로써 은하의 구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은하가 무겁거나 가볍다는 식의 내부 요인과 주변 밀도의 높고 낮음과 같은 환경 요인에 더해 우주의 대규모 구조물인 은하단의 충돌이라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는 은하의 모양에 관한 연구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임명신 교수는 "이 연구는 은하의 특성이 주변 환경에 좌지우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ˮ라며 "은하 막대구조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ˮ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제1저자인 윤용민 연구원은 "이 연구는 관점을 넓혀 은하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해 얻어낸 결과ˮ라고 설명하며 "은하단 충돌이 막대나선은하의 다른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어서 연구할 계획ˮ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6월 24일 게재됐다. (논문명 : Observational evidence for bar formation in disk galaxies via cluster-cluster interaction)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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