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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든 배우 지현우의 시계는 천천히, 꾸준히 간다(인터뷰)


군 전역 후 2년 만에 컴백한 지현우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장진리기자] 시간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무엇이든 다 바칠 수 있을 것 같던 열정적인 사랑도 돌이켜 보면 청춘의 치기가 되고, 내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었던 소중한 사람은 세월이 흘러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의 공백 끝에 돌아온 지현우는 시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는 배우다. 20대의 지현우가 조급했다면, 어느새 30대가 된 지현우는 여유를 되찾았다. 인생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현우는 느리게 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공백이 가져다 준 소중한 여유다.

◆"복귀작 '트로트의 연인', 애착도 아쉬움도 많다"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지현우는 누구보다 빠르게 복귀작을 결정했다. 안하무인 스타 작곡가 장준현 역을 맡은 지현우는 복귀작 '트로트의 연인'의 성적표에 대해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애착이 많았어요. 이렇게 올인(All-in)한다는 느낌이 강했던 작품도 처음이었죠. 예전에는 작품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작품을 하면서 다른 작품을 선택하기도 하고, 뮤지컬을 하기도 하고, 앨범 활동을 하기도 하고 막 겹쳐서 활동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트로트의 연인'은 이 작품 외에 다른 스케줄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대에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작품이니까 올인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시청률도 딱 중간이었던 것 같아요. 애착이나 욕심도 있었고, 원래 음악을 했으니까 음악적인 면에서도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처음에는 신선한 겉절이었다면 마지막에는 대중의 입맛에 잘 맞는 김치찌개라는 생각도 들고(웃음).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유쾌하게 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감독님께 15, 16회 때는 '이런 거 아니잖아요' 하면서 투덜거리고 응석부리기도 했고요."

군 복무와 전역 후 곧바로 이어진 연기 활동까지,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지현우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알찬 고민의 시간을 갖겠다고.

"쉴 때가 됐구나 싶어서 조금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역하고 쉬지 않아서 그런지 앞으로 어떻게 갈 건지에 대한 고민이 밀려온 것 같아요. 이번 작품만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서 다음 일정을 뭘 할지 전혀 고민하지 못했어요. 이제 쉬면서 목표도 정하고 인생의 설계도도 정해나가야 할 것 같고(웃음).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군에서 철 들었다…항상 배우는 자세로 연기하고 싶어"

군에서의 2년은 지현우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2년의 변화를 지현우는 "철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일을 쉬어도 주변에 친구도 있고, 회사 식구가 있어서 혼자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지현우는 "군대 안에서는 제 또래의 친구들도 없어서 혼자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독서량이 많이 늘었다는 게 제일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철이 들었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편이다. 내용은 뻔할 수 있지만 한 번씩 내용을 확인해 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정말 소중했다"고 말했다.

"군에서 특히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이라고 딱히 구분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또 즐기는 사람은 못 이긴다는 생각도요. 군에 가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있었구나, 적성에 맞는 일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군에 있을 때는 늘 잘 시간에 자고, 밥 먹을 시간에 밥 먹고 전혀 힘들 이유가 없는 일정이었어요. 그런데 전역 후에 드라마 찍으면서 두 세 시간 자고 그래도 덜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나와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죠."

사실 지현우는 최근 안방극장을 휩쓸고 있는 '연하남'의 원조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로 예지원과, '달콤한 나의 도시'로 최강희와 호흡을 맞춘 지현우는 '연하남 돌풍'을 일으키며 로맨스 드라마에 특화된 배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복귀작 '트로트의 연인'도 지현우 하면 떠오르는 부드러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못 하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가기보다는 잘 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자는 것이 지현우의 연기 신념이다.

"휴 그랜트가 액션한다고 하면 다들 웃기다고 하지 않을까요. 배우들이 가진 색깔은 각자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할 수는 있지만 확 바뀌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저 역시도 제가 안 그려지는데 시청자 분들이라고 받아들이실 수 있을까요? 각자 자기한테 어울리는 역할이 있고, 그 안에서 그걸로라도 인정을 받으면 되지 않나 싶어요. 10개 작품 중에서 3개 작품만 성공해도 돼요. 야구로 비유하자면 3할 타자인건데, 3할 타자도 굉장히 높은 타율인 거잖아요.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물론 안 해봤던 스릴러 장르나 좀 더 진중한 법정 관련 드라마나 메디컬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연기하겠다는 지현우는 하반기 뮤지컬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의 힘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무대에서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고 싶다는 지현우와 올 하반기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

지현우의 뮤지컬 출연은 군 복무 당시 출연한 '프라미스'를 제외하면 2005년 출연한 '그리스'가 유일하다. 지현우의 바람대로 뮤지컬 출연이 성사된다면 약 10년 만의 무대행이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 속 지PD로 핫스타로 떠올랐던 2005년의 지현우에서 훌쩍 성장한 지현우의 무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커진다.

"뮤지컬 배우 분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많아요. 발성이라든지 그런 장점을 배우고 싶어요. 배우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한 번도 만족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제가 잘 했다고 생각한 적도 단 한 번도 없었고요. 항상 뭔가 아쉽고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고요. 뮤지컬로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고 싶어요."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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