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펙사벡은 간암뿐 아니라 다른 암에서도 효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확장 가능성이 높은 펙사벡을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 전문 업체로 도약하겠습니다."
코스닥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인 신라젠의 문은상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경쟁력과 상장 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를 이용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업체다. 지난 2014년 미국의 바이오업체 제네렉스 지분을 100% 인수해 항암신약 후보물질 '펙사벡(Pexa-Vec)'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약 750억원 달러 규모였던 세계 항암제 시장은 연평균 최대 8%가량 성장해 오는 2018년 1천47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또 항암 치료 트렌드가 외과 수술·방사능 요법 등에서 면역 항암요법으로 변화 중인만큼,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항암바이러스에 더욱 주목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펙사벡 미 FDA로부터 SPA 승인…시판 가능성↑
오는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펙사벡은 천연두 백신에 사용되는 백시니아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들어졌다.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되,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죽이도록 설계된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이다.
펙사벡은 지난 1999년부터 13가지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직접적 종양용해' ▲체내 면역 반응을 촉진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적응 면역반응 촉진' ▲암세포와 연결된 혈관세포를 폐쇄하는 '종양혈관 폐쇄' 등의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시험 개시에 대한 특정임상계획평가(SPA)를 승인받아 세계 20여개국, 600여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에 뉴질랜드에서 첫 환자를 등록했으며 지난 22일까지 44명의 환자가 등록을 마친 상태다.
문 대표는 "SPA란 임상3상에서 기대했던 결과가 나왔을 때 시판을 사전 약속한 것"이라며 "신청 업체의 25%만 SPA를 승인해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약업체가 SPA 없이 임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원하던 결과치가 나오더라도 약이 시판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펙사벡은 임상2a상 시험에서 투여량을 늘렸을 때 생존기간이 7.4개월 늘어나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일부 환자에서는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CR)와 다른 기관으로 전이된 간암의 치료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문 대표는 "펙사벡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투여하기 때문에 발열·오한·기침·피로 등 감기에 걸린 듯한 증상이 부작용으로 발생하지만, 기존 항암 치료 대비 낮은 수준 부작용"이라며 "처음엔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것에 대해 의학계에서조차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비판했으나, 300명 이상의 환자에게 1천300번 이상 투여한 결과 안전성이 규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라젠은 펙사벡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 투여방식, 제조공정, 병용치료방법, 보완기술 등에 대한 세계 약 100여건의 특허권을 확보했다. 특허권이 만료되더라도 유럽에서 10년, 미국에서 7년 간 독점 판매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항암 바이러스·병용치료법 개발에 박차
신라젠은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의 항암제 개발 플랫폼 '솔브(SOLVE)'를 활용해 다양한 항암 바이러스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문 대표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면역유도물질을 발견해 여러 종류의 항암 바이러스를 설계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의 자체적인 특성을 이용하면 별다른 조작 없이도 다수의 암종에 대해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신라젠은 오는 2018년 라이선스 아웃을 목표로 간암을 비롯한 다양한 고형암에 대해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치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 대장암 병용치료법에 대한 협력연구도 준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적응증 확대 및 병용치료법·신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며 "이번 코스닥 시장 상장은 글로벌 면역항암제 분야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라젠은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 3분기에는 303억원, 지난해에는 238억 가량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항암제 신약은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의약품 판매로 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아서다. 회사 측은 펙사벡이 상용화되는 2020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라젠의 예정 공모 주식수는 총 1천만주로, 주당 희망 공모가 밴드는 1만5천~1만8천원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1천500억~1천800억원 가량을 조달할 예정이며 1천만원은 임상3상시험 진행비용과 파이프라인 개발 비용 등 연구·개발(R&D)에, 나머지는 인건비와 사무실 임차료 등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오는 25일 공모가를 확정해 28·29일 청약을 진행한 후 12월 중에 코스닥에 상장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하나금융투자와 동부증권이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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