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나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최순실 파문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여권을 향한 비판 여론에 몸을 바짝 낮췄던 새누리당은 '트럼프의 미국'이 국내 경제·외교·안보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부각시키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고,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주장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군통수권을 총리에게 넘겨라, 정치적 하야를 선언하라는 위헌적인 주장들이 야당 사이에서 난무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내려놓으면 그 자체가 헌정 중단이다. 대통령은 혁명과 쿠데타가 아니고서는 본인 의사에 반해 하야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이 내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한다고 하는데, 국정 위기에 책임을 가져야 할 야당이 국회가 아닌 장외로 나가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장외집회를 평화롭게 마치고 다음 주부터는 거국중립내각 협의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정 정상화 전제조건으로 국회 추천 총리 임명, 개별 특검, 국정조사, 긴급현안질의를 내세웠다. 우리 당은 모든 것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정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저 헌법에 있는 대로 대통령의 명령을 받드는 국회 추천 총리를 말한 게 결코 아니었다"면서 "대통령이 국정에서 확실하게 손을 떼야 국정조사, 특검 조사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 대표는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대통령, 헌법과 법률을 다 어긴 대통령, 외교·안보 기밀을 무자격자에게 넘긴 대통령, 최순실이 전쟁하라고 하면 전쟁도 할 수 있겠다는 위험스러운 대통령"이라며 "그런 대통령을 믿지 못해 군통수권도 내려놔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트럼프가 박 대통령을 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친박 지도부로만 이뤄진 새누리당이 대통령 보호에만 혈안이 돼 민심을 외면하고 있다"며 "민심 보다 대통령 보호가 더 우선인 친박 지도부는 변화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대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사건을 묻고가려 하고, 박 대통령은 힘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트럼프고 최순실은 최순실, 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의 책임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힘을 잡아 보겠다고, 통치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오기의 발로"라며 "우리 당은 중앙위원회 결정대로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트럼프 당선에 업혀가려 하고 있다"며 "움켜쥔 권력을 내려놔도 모자랄 판에 트럼프에 업혀 문제를 호도하려 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퇴하라는 국민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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