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형기자]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연기금 524조 여원 중 문제의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상당수 포함됐으며 투자금액 역시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공단으로 부터 건네받은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영국 옥시레킷벤키저 주식을 1천450억원(6월 말 평가금액 기준) 보유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환경운동연합 등이 집계한 2014년 말 기준 옥시에 대한 해외지분 투자분 861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국민적 공분을 산 기간 중 오히려 국민연금은 피해자 비중 80%에 달한 가해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 데 투자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사회적 책임투자 활동을 약속하며 UN PRI(책임투자 원칙)에 가입했다. PRI서명 투자자나 단체는 반윤리적이며, 환경 건전성을 위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고 투자 회수에 나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분에 대한 직접 콘트롤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윤리 기업에 대한 투자 증액을 사실상 방조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를 제조한 SK케미칼 지분도 13.1%(2천305억원)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중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으로 물의를 빚은 이마트, GS리테일,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에 대해서도 총 3조1천14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총 4천400여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900명이 넘는 상황에서 국민이 낸 연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오히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 기업에 투자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역시 크게 증가해 2013년 말 51개 기업 6천8억원이었던 평가액이 2015년 77개 기업 9천315억으로 1.6배가 증가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국장은 "국민연금의 기금투자가 올바른 투자 원칙이 부재한 상황에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민연금은 스스로 서명했던 책임투자원칙(PRI)을 준수하고,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합당한 원칙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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