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에서 야권이 다수의 힘을 보였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새누리당의 강력 반발에도 강행 처리한 것이다.
그동안 야당은 다수였음에도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 내용을 문제삼아 국회를 전면 중단하고 이에 정 의장이 사과하는 등 주도권을 여당이 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야권이 요구하는 부분도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야3당 원내대표 회동서 요구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행사 제창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야권이 한 목소리로 요구한 세월호특별조사위의 기한 연장도 거부했고, 야권이 부적격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한 인사들의 임명을 강행해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무용론도 나왔다.
다수여당일 당시 강력 비판했던 국회 선진화법을 새누리당은 충분히 이용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다수인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의 추경 편성을 강행하자 상임위를 보이콧해 조윤선 교육문화체육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야권 단독으로 이뤄지는 초유의 모습도 보였다.
수권정당을 지향한다는 명분으로 갈등을 피하던 야권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반격을 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연합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을 총 투표수 170, 가 160, 부 7, 무효 3표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새누리당이 국무위원 필리버스터라는 초유의 수단을 동원하면서 시간끌기에 나섰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은 차수 변경을 통해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독재' '정세균 의장 물러가라'고 강력 항의하고 구호를 외쳤지만 소수임을 실감해야 했다. 새누리당은 결국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야당은 단독으로 해임건의안을 처리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새누리당은 또 다시 국회일정 전면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26일부터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예정된 것을 고려할 때 강수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야권 또한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다. 총선에서 다수로 만들어준 지지층에게 지지의 명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해임건의안을 통과한 후 야권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선언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이 때문에 향후 상당기간 국회는 갈등과 파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안보와 민생 위기 속에서 국회가 파행된 부담감은 여야 모두에게 있다.
새누리당의 국회 중단 승부수가 또 다시 효과를 거둔다면 여권이 국회 선진화법 속에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야권이 다수의 힘을 보여준 만큼 향후 국회 일정에서 정부 견제와 세법 전쟁 등의 우위를 이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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